흔히들 마음이라 하면 제6식인 안이비설신의가 의지하고 있는 제7식과 칠식이 의지하고 있는 제8식인 무의식 까지를 말한다. 이것은 중생심으로 사람이 죽으면 제7식까지 멸하므로 의식이 없으니 죽엇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정보의 저장 창고인 제8식은 멸하지 않아 윤회의 주체가 된다. 이것이 보통 말하는 생사윤회의 모습으로 끝이 없어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제8식이 의지하고 있는 반야는 본래 공하여 생사가 없어 불생불멸이며 해탈이다.
수행이란 제8식이 본래 공함을 체달하여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과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과에 어둡지 않으니 떳떳하게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니 인과가 없다고 함부로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 또한 인과법이 본래 공한 인과법이라 실체가 없으나 무너지지 않는다.
인과법은 결국 마음법이기에 성질이나 작용이 공해질 뿐 그 자체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업장이 본래 공하지만 본래 공한 것이 또한 업장이라 공으로 돌아가는 인과법이 결코 인과법을 장애하지 않는다. 마치 소나무가 사시사철 푸른 것은 본래 공한 반야의 모습이지만 그대로의 푸른 모습으로 사시사철을 벗어나지 못한 것과 같다.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색이 바로 공이요 공이 바로 색이라 한다.
참나무는 사시사철을 자유롭게 변화하여 작용을 활발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소나무라는 본래 공이 인연을 따라서 응한 것이니 둘이 아닌 모습이다.
그러나 소나무가 참나무는 될수는 있지만 참나무는 소나무가 될수는 없다. 그렇지만 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이면서 둘인줄만 알면 아직 법을 통달하지 못한 것이며 둘이면서 하나임을 알아야 비로소 해탈이라고 한다.
동산양개선사는 오도송에서
나 이제 홀로 가지만 처처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이제 나이지만
나는 이제 그가 아니다
이렇게 알아야 참다운 이치에 계합했다고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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