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나니 바다는 마치 물결 하나 없는 호수처럼 더없이 평화롭다. 겨우내 사나웠던 바람은 전부 어데로 갔는지 흔적도 없지만 다시 인연을 만나면 태풍이 되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지금 평화로움에 집착하여 안주하지 말고 머르른바 없이 마음을 써야 한다.
바다에 바람이 없으면 더없이 잔잔하고 평화로워 하늘이 온통 내려와서 마치 도장을 찍어 놓은듯 구별을 할 수가 없으니 이를 해인이라고 하며 또한 해인삼매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도 법성의 바다와 같아서 번뇌와 대상으로 부터 벗어나면 주객이 사라지고 만나는 사람과 대하는 물건마다 나와 더불어 둘이 아니라서 한치의 간격이 없으니 참으로 그윽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오늘따라 바다는 더없이 그윽하고 맑아서 저멀리 섬들은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석양빛에 반짝거리는 것이 거울처럼 보인다. 부처님께서는 화엄경을 설할때 이와같은 해인삼매속에서 연출을 했다고 했다. 그 가운데 특히 육상원융이라는 말이 있는데 총,별, 동,이,성,괴의 여섯가지 법을 말하고 있다. 보조국사의 원돈성불론에서 이를 사람 몸에 비유하고 있다. 즉 사람 몸에도 여섯가지 상의 뜻이 함께하니 머리, 몸 ,손,발,눈,귀,코,혀,등의 작용이 각각 다름은 별상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한 몸이며 네가지 요소인 지,수,화,풍인 사대로 한가지 이니 총상이다. 또한 이들은 한결같이 공하여 근본 실체가 없음은 한 가지 상인 동상이며 이와 같이 다름이 없는 성품을 버리지 않고 머리,손,발,눈,귀,코,혀등의 작용이 다름이 있음을 이상이라고 한다.
한편 머리,손,발,눈,귀,코,혀등이 한 가지 한 몸을 이룸은 성상이며 오직 인연을 따를 뿐이어서 고정된 자기의 성품이 없어서 자체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생함도 멸함도 없음은 괴상이다. 또한 중생세계는 총상이며 어리섞고 슬기로운 차별은 별상이며 부처님의 지혜가 한결같음은 동상이며 집착을 따라서 업이 다름은 이상이며 지은바 업으로 말미암아 보를 받아남은 성상이며 마음이 집착한 바가 없어서 업의 성품이 공한 것은 괴상이다.
요즈음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가 그간의 신뢰를 벗어나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자동차는 25000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 진다고 한다.
자동차 전체의 모습은 총상이며 각자 부품들은 별상이며 부품마다 한결같이 공하므로 동상이며 이와 같이 공한 성품을 버리지 않고 각 부품마다 작용은 다름이 있음은 이상이다. 또한 각 부품마다 결합하여 한 가지 모양인 차를 이루니 성상이며 다만 인연을 따를 뿐 고정된 실체가 없으니 자체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생하고 멸함이 없으니 괴상이다.
위와 같이 육상이 원융하다는 원만한 지혜는 해인삼매에 들어야 깨치게 된다.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거나 대상을 만나면 보통 사람은 대상을 따라서 시비분별을 일으켜 휘말리게 되면 자기의 근본인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수행하는 사람은 대상을 만나면 일단 어떤 시비를 하지 않고 먼저 있는 그데로 알아차리면 대상은 어느덧 사라지고 마음이 나타나니 평화롭게 된다. 그러나 아직 힘이 없으니 다시 방심하면 금방 다시 휘말리게 되므로 자기가 좋아하는 불보살님의 이름을 부르며 일단 안정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므르지 말고 다음에는 끝없이 냉철하게 대상을 주시하면서 명호를 부르며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요함을 취하여 오래 머무르면 다시 고요함에 집착하여 마음이 무기력해지니 이번에는 이것이 무엇인지 의심을 일으켜야 한다. 이처럼 끝없이 깨어있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고통이 오면 염불을 통해서 밀어내 버리면 곧 평화가 옴을 경험하여 이것을 지키려는 집착이 강하여 서로 싸우게 되니 온전한 평화가 아니라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생각이나 대상을 취하거나 버리지도 말고 이것이 모두 한 집안의 일임을 바르게 관찰하면 문제가 없다.
이번에 터진 도요타 자동차의 문제는 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을려는 몸부림으로 그간 바르게 해왔던 품질관리를 등한시하여 가격경쟁이라는 여우의 꾀임에 속은 결과일 것이다. 그것은 총상인 디자인과 브렌드는 명품이지만 별상인 부품에 결함이 생겨서 문제가 생긴것이 처음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본래 공함을 바로 깨달아 곧 잘못을 시인하고 정중히 사과를 햇으면 파문은 축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존심이라는 못된 집착으로 인하여 자기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국가 이미지 마저 흔들리게 되었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서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가족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직장의 문제 사회의 문제 국가의 문제 세계의 문제를 진단할 수가 잇을 것이다. 이웃들이 서로 잘 살아야 나도 따라서 평화롭다는 사실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법이며 화엄에서 설한 육상원융의 도리이다. 이것을 법계연기라고 하며 오직 일체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여 일체유심조라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위기는 마음의 집착에서 비롯되는 위기이며 모든 관리는 마음의 관리이다. 또한 깨치기는 쉽지만 다시 지키기는 어려우며 창업은 쉽지만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산꼭데기 암자에 살때라서 힘이 좋은 차를 구입했는데 일단 기어가 자꾸 빠져서 큰 일이 날뻔 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 항의를 했지만 끝내 무책임하여 다시 차를 구입해야 햇던 씁쓸한 경험이 떠 오른다.
사람 몸 또한 자동차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니 지금 지나친 음주와 흡연으로 중고차가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면 어느덧 운전사가 죽을수 있으니 더욱 습관을 절제하여 중고차 수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습관을 바꾸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랜 인연이 찾아와서 고통을 호소한 것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몸을 운전하는 주인이 죽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에 적어도 108배를 실천하지 못하면 점차로 늘려가면 건강에도 좋고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운전자가 항상 차를 점검 하듯이 운전이 수행으로 나아가려면 먼저 마음이 본래 부처라는 믿음을 성취하여 운전할 때는 바로 운전 하는 곳에 나타난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염불이나 화두를 제기해야 한다. 망상이나 경치라는 대상에 마음을 뺏기면 사고가 나니 바로 알아차리고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운전과 하나되고 운전삼매를 이룬다. 그러나 더욱 수행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운전하는 이것이 무엇인지 의정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초심자들은 어렵지만 운전도 점차로 익숙해 지듯이 정진의 끈을 놓치지 말고 끝없이 들이대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정진이 없으면 스스로 자만에 빠지며 일순간의 성취욕 때문에 눈앞이 흐려져서 도요타 자동차처럼 쌓아놓은 몀성이 금방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훈훈한 봄 바람이 귓전을 스칠 것이다. 겨우내 움추린 몸의 감각을 더욱 운동으로 일깨우고 일어나는 번뇌를 잘 다스려서 자기 자동차의 확실한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일상사에서 운전하는 일마다 무사고를 이루고 서로 행복을 나누는 환희로운 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오늘처럼 평화로운 날이면 걸어서 저 건너 섬에 다녀오고 싶다.
밤이 되면 빛나는 다섯개 등불의 주인공들 안부가 더욱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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