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굴속엔 여우나, 승냥이등 작은 짐승이 없듯이 호랑이의 눈처럼 항상 깨어있는 마음에는 여우 같은 의심이나 두려움이 없어 늘 당당하고 용감하다. 또한 호랑이가 먹이를 사냥할 때 작은 짐승앞에서도 최선을 다 하듯이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인연을 거스르지 말고 항상 정성을 기울여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늘 습관에 따라가서 자기를 속이거나 잘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호랑이처럼 사나워서 날카로운 이빨로 한 바탕 기세를 꺽어버려야 한다. 일이 없을 때는 담뱃대를 물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민화속의 여유로움도 배워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경인년에 배우는 백호의 덕이 아닐 까 싶다.
보조국사는 호랑이처럼 투철한 안목으로 고려불교의 폐단을 관찰하여 선과 교를 융합하고 그 실천으로 성적등지문과 원돈신해문, 간화경절문이라는 세가지 문을 제시 하였다. 그리고 평생을 소처럼 근면하고 우직한 실천으로 수행을 끝없이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래서 호시우보(虎視牛步)을 수행의 모토로 삼았다. 오늘날 조금 힘든 일은 외면하고 쉽게 살려는 풍습이나 끝없이 지혜를 개발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커다란 경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사의 이름은 지눌이며 호는 스스로 소치는 사람이란 뜻으로 목우자라 하였다. 선친은 태어나서 부터 병이 많은 것을 보고 출가시키려고 했더니 이내 병이 낳아서 종휘선사의 제자가 되어 구족계를 받았다.
배움에는 일정한 스승이 없었지만 사람들에게 늘 금강경 읽기를 권하여 법을 세웟고 법을 설할 때는 반드시 육조단경으로 하엿으며 이통현의 화엄론과 대혜선사의 어록으로 양팔을 삼았다.
처음 깨달음은 스물 다섯에 승선에 합격하여 창평 청원사에 머물렀는데 하루는 우연히 육조단경을 펼쳐보게 되었다. 그 가운데 진여의 성품이 생각을 일으키므로 비록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보고 듣고 알더라도 진여 자체의 성품은 온갖 대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자유롭다는 데에 이르러 크게 놀라고 기쁜 경계를 체험 하였다.
그 뒤로 하가산 보문사에서 대장경을 열람하다가 이통현 장자의 화엄론 가운데 여래출현품의 깨닫고 보니 일체 중생이 여래와 더불어 조금도 차별이 없는 원만한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있다는 대목에서 두 번째 큰 기연을 얻어 갈수록 지해가 밝아지고 깊어졌다. 그래서 팔공산 거조사에서 여러 선덕들과 더불어 더욱 선정과 지혜를 닦으며 여러 해를 보냇다. 그러다가 여러 도반들과 상무주암에 이르자 더없이 그윽하고 고요한 것이 천하제일이라 더욱 정진하여 공부가 근원에 사무쳐 들어갔다.
올해가 보조국사님의 열반 800주기이다. 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더욱 실천하고 호시우보의 정신으로 새해를 살아간다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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