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병 시절 최전방에 근무할 때 사고가 많았다. 영결식장에 나아가 종교의식을 집전하며 슬픔을 함께했던 시절이 떠 오른다. 고인이 된 동기의 누나가 동생이 좋아했던 노래라면서 꽃구름을 부를 때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모두가 이 땅에 태어난 동업중생으로 함께 해야 하는 아픔이었다.
구산선사가 입적했던 추운 겨울 재대를 일주일 앞두고 밤새워 마지막 지오피 위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차가 낭떨어지로 굴렀다. 그때 타고 있던 법사님은 입적하시고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았던 아픔이 떠 오른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군병원에 일주일 입원하여 재대를 할 수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했던 이동신 법사님은 부친의 성품을 닮아 인품이 참 훌륭했다. 부친은 김일부선생의 정역을 연구했던 학자로써 충남대총장을 엮임했던 이정호 선생이었다.
어제는 법정스님의 사십구제가 있었고 수행을 투철하게 해오던 사제스님의 갑작스런 입적 소식을 들었다. 티벳불교와 위빠사나 간화선을 하나로 연결하려고 외국에서 너무 무리한 고행이 원인이었다.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쓰리고 아파서 생사문제를 다시 점검해 보았다. 아직 몸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어 그런지 불안했다. 하지만 온 종일 화두를 들고 정진을 했더니 저녁에 떠오르는 둥근달이 구름을 벗어나듯이 기멸하는 생사의 망념이 사라지고 평온한 본래 면목이 드러난다. 그래서 나옹선사는 생사를 당해 마땅히 혼신의 힘을 다해서 화두를 제기하라고 했다. 그러면 생사의 기멸이 사라지는데 이것을 공적이라고 한다. 한편 여기에서 고요함을 취하여 화두가 없으면 무기공에 떨어졌다고 한다. 다시 고요한 줄 아는 것이 또한 성품이니 여기에서 화두를 제기하면 신령스럽게 아는 것이 드러나는데 이것을 영지라고 한다. 그러나 영지를 취하여 다시 화두가 없으면 신령스럽기는 하나 선정이 없는 무기에 떨어지니 공적과 영지가 평등해야 하는데 이것을 공적영지라고 하며 정혜쌍수라고 한다. 화두는 공적영지한 성품을 바로 드러내는 일구이므로 반드시 사량하지 말아야 하며 의정과 언구와 참구하는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바른 공부라고 할 것이다.
선에서는 한 생각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생사라고 하는 것이지 이 몸이 나고 죽는 것을 생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찰라에 바로 알아차리고 화두를 제기하면 생사하는 기멸의 망념은 바로 사라지고 생사없는 열반의 성품이 출현하게 된다. 이렇게 간절히 정진을 들이대면 머지않아 득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저녁 종성에 실어 축원을 했다. 이제 다시는 천안함의 용사들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발원해 본다.
엘리어트의 시구처럼 사월은 잔인한 계절이다.
생사하는 기멸의 망념이 끝까지 죽어 다 해야
생사가 본래 없는 오월의 부처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모두가 극락왕생 하시옵소서
나무극락도사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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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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