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고 있는 착각
구수한 무화과차 한잔을 우려내니 풍겨 일어나는 코코넛 향기에 둘러앉은 손님들이 저마다 향기에 대한 품평을 읊조린다. 다시 찻 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머금은 순간 더 다양한 감탄과 만족의 표현이 터져 나왔다. 그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맛있는 차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며 이렇게 차를 마시며 행복해하면 이것이 차명상이냐고 물었다. 어느 수준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본래 명상의 목적이 괴롭지 않고 지혜로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감각적 느낌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명상의 목적이라고 답해 주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버립니까? 이런 것이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니고 다들 이런 기쁨을 누리기 위해 사는 것 아닙니까?”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해 줄 수 있는 답을 찾기가 힘들어 대신 ‘마간디야의 경’에 나와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일러주었다. “일찍이 내가 세속에서 살 때 나는 온갖 감각적 즐거움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나는 우기와 겨울과 여름을 위한 각각의 궁전에서 일 년 내내 궁녀들과 함께 감각적 쾌락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 후 나는 감각적 즐거움의 일어남과 소멸, 유혹, 위험 등을 잘 알고 그것들을 버려서 마음의 고요를 성취했습니다. 나는 감각적 즐거움을 버리지 못하고 쾌락의 갈망에 빠져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중생들을 봅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각적 즐거움을 떠나면 천상의 즐거움 보다 더한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러한 기쁨을 누리기 때문에 그 보다 못한 것을 부러워하거나 그 속에서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감각적 즐거움을 누리며 살며 사는 동안 많은 선행을 했고 그래서 죽은 뒤 하늘나라에 태어났다고 합시다. 그는 그 곳 하늘나라에서 천상의 감각적 즐거움을 누리고 사는데 그는 인간세상의 중생들이 즐기는 감각적 즐거움을 부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처럼 나도 더 이상 세속의 감각적 즐거움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마간디야여, 또 예를 들어 온 몸이 썩어 들어가는 한 나병환자가 있는데 썩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숯불로 그 상처를 태운다고 합시다. 감각 기능이 소멸하여 고통은 느껴지지 않지만 가려운 썩은 부위가 타 없어져 환자 스스로는 시원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 그 병이 다 치료되었다고 합시다. 그가 아직도 숯불로 자신의 몸 지지는 것을 부러워하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들이 예전에 그랬듯이 숯불로 그 사람의 몸을 지지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는 괴로워 할 것입니다.
예전의 숯불이나 지금의 숯불이나 뜨겁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병환자가 숯불로 몸을 지질수록 점점 그 상처는 커지고 더러워지고 악취가 나고 썩어 갑니다. 그러나 상처의 가려움 때문에 지질 때의 쾌감에만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생들은 감각적 쾌감에 빠져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데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할 수록 점점 더 그 즐거움에 대한 갈증과 뜨거운 고뇌 또한 증가하지만 이러한 본질적 문제는 알지 못하고 그 감각적 즐거움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입니다.”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로그인
산중한담
홈 > 산중한담 > 지장스님의 차 한잔의 생각
조회 : 1,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