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족의 깨달음
전에 시골에 있는 한 절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 때 젊고 잘생긴 한 청년도 잠시 동안 절에 기거하고 있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밥먹을 때 서로 눈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는데 주지 스님과 함께 공양 후 같이 차담을 나누게 되었다. 그 때 그 친구가 무슨 일로 절에 잠시 머물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전직은 제비족이었다. 일찍이 춤추고 노래하고 노는 일에 소질이 있어 공부는 멀리하고 춤추는 곳을 배회하였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오고 난 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곳 바로 유흥가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차츰 그의 외모와 춤 솜씨, 싹싹한 성격에 따르는 여자들이 생겨났고 별 수입이 없었던 그는 사귀는 여자들로부터 넉넉히 용돈을 받아쓰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도 한창 젊은 나이에다 강한 욕정이 들끓을 때라 미모도 갖추고 재력을 갖춘 젊은 여자를 보면 어떻게든 수작을 걸어 그 여자와 사귀었다고 한다. 동시에 여러 명의 여자를 사귀었지만 그 자신은 그 자체가 즐겁고 또 그런 생활에 전혀 죄의식 같은 것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기회만 주어지면 또 다른 새로운 상대를 찾아 끊임없는 시도를 꾀하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서서히 그런 생활에 완전히 젖어 들었고 그럴수록 점점 더 쾌락적이고 또 사치스런 생활로 빠져들었다. 값 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하루 밤 사이 유흥비로 수백만원씩 탕진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돈은 더 필요했고 그러다 어느 날 정말로 돈이 많은 홀로 사는 중년의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여인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이제 돈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며 마음 편히 물 쓰듯 돈을 썼다고 한다. 그 여인은 그 청년에게 두둑한 용돈을 주었는데 그러나 그 냥 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여인 또한 강한 욕정을 품고 있었는데 수시로 자신의 욕정을 해소시켜 주어야만 용돈을 주었다. 너무 자주 요구하다 보니 그 청년은 다른 곳으로 눈 돌릴 여유도 없었고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쓸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서서히 힘이 부치기 시작해 보약까지 먹을 정도가 되었다. 불과 몇 달이 안 되어 그 청년은 그 중년의 여인과 같이 있는 것이 점점 힘들고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전혀 성욕이 생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때 그 친구는 자신에게서 성욕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드디어 나도 도인이 되었구나!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것이 이렇게 사라질 줄이야!’ 얼마 후 그런 생활이 너무나 지겨워 그 바닥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그의 제비족 친구들이 수시로 찾아야 그 친구가 떠나지 못하도록 거의 협박 비슷하게 귀찮게 굻었다고 한다. 그래서 절로 잠시 피신해온 것이라 했다.
한 참 침까지 튀겨 가며 자신의 도피 스토리를 내 뱉고 이야기 끝자락에 진지한 말투로 이런 말을 하였다. “저 정말로 도인된 것 맞지요?” 잠시 주지스님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다 할 말을 잊었다. 그 후 박장 대소할수밖에 없었다. 주지스님이 그러셨다. “이 놈아! 잠시 잊고 있는 것과 없어진 것도 구별 못하느냐! 여기서 며칠 쉬었다 다시 세상에 나가봐. 임자 한번 제대로 만나면 그 병이 다시 도지지. 그 버릇 어디 남 주냐!”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로그인
산중한담
홈 > 산중한담 > 지장스님의 차 한잔의 생각
조회 : 2,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