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살면서 왜 사는가에 대해 한번쯤 물음을 던져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답을 알기에는 너무나 막연하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지레 문제풀기를 포기한다. 그것보다도 더 재미있고 또 더 중요한 일들이 생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어느 새 그런 고민은 삶을 살아가는데 거추장스러운 시간 정도로 여겨진다. 왜 사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싶거나 해야 되는 일을 위해 살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가끔 스트레스와 무기력에 빠지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당근을 보고, 또 절망의 강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하루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고 자식의 교육을 위하거나, 인정받고 싶어서, 또 욕망이나 어떤 나름의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혹은 잘 죽고 잘 태어나기 위해, 심지어는 안 태어나기 위해 산다. 그러나 거창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무엇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다 매 한가지다. 뚜렷한 목적이 있거나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도 가만히 살펴보면 사실은 매 순간 끊임없이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상태가 이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먹고 싶고, 보고 싶고, 자고 싶고, 쉬고 싶고, 심심하고 싶지 않고 심지어는 죽고 싶다는 것도 그 순간에는 일종의 하고 싶은 일에 해당하는 것이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도 마치 심한 중독에 걸린 것처럼 하고 싶은 것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찾아오는데 아무리 생각을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일종의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당황스럽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뚜렷한 이유가 없다. 그냥 하고 싶을 따름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 때 사랑하는 이유가 따로 없는 것처럼. 어찌 보면 단순히 하고 싶기 때문에 혹은 무언가에 강하게 이끌려 하는 것인데 간혹 의미를 부여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으로 승화시킨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되는 것은 분명 그 의미와 내용이 다르지만 만약 이 두 가지가 일치하는 삶을 산다면 그 사람은 큰 의미와 긴 만족을 느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혹은 되고 싶은 것이 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상태를 흔히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은 사랑과 함께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 만큼 막연하고 모호한 말도 없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은 다 다를 것이며 그냥 마음대로 되어서 기쁘고 만족된 상태를 막연히 행복하다고들 말할 뿐이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 내용을 보면 결국 당장 눈앞에서 나를 괴롭게 하는 상황이 해결되거나 내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나 욕구가 성취되기를 바란다. 행복이라는 표현은 결국 우리의 욕망 실현을 통해 얻어지는 깊은 만족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알고 보면 만족감을 느껴가는 혹은 느끼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왜 만족을 느껴야만 하는가? 답은 안 그러면 괴롭기 때문이다. 단순히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사는 것이라면 이제 좀 더 냉철하게 전체적인 과정과 상태를 깊이 숙고해 보고 어떻게 만족감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함께 만족감이라는 예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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