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부터의 자유
왜 행복해야 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존재하는 한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결국 ‘만족’의 상태에 불과하다. 중생들은 존재하는 한 한시도 쉬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만족의 상태를 추구할 것이다. 그것은 거의 모든 생겨난 ‘존재물’들에게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고 일종의 운명이자 본능이다. 만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괴롭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시지포스가 형벌의 하나로 커다란 바윗돌을 뾰족한 산꼭대기에 올려놓아야 하는데 정상에 올라가는 즉시 반대편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영원히 바윗돌을 굴려 올려야 하는 처지처럼 생겨나 존재하는 이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사실적 현실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존재의 과정을 괴롭다라고 표현하신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정말로 모르고 산다. 그냥 바윗돌을 굴려야만 되는 것이라 믿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마치 존재의 목적인양 죽는 순간까지 어떤 이유도 알려고 하지 않고, 오직 하고 싶은 것이 되도록 바라거나 노력하며 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성공을 위해, 더 많이 즐기기 위해,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자신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서 등 갖가지 바라는 것들을 위해 산다. 그러나 마치 깊은 최면에 걸린 듯, 꿈속에서 꿈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왜 행복해야만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단지 행복과 행복하지 않은 상태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명상 수행이라는 것을 통하여 자신을 한번 알아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번 의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수행방법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또한 행복해야만 하는 예속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우선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들은 당연히 행복해지는 것에 대해서만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행복해야만 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도 있다는 것과 또 선택을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혼란과 당혹감이 생길 수 있다. 명상을 하고자 할 때 선택은 그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해야 되는 문제다. 어떤 선택이 옳고 그름은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 있기에 그냥 하고 싶은 선택을 하면 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대략 정해져 있다. 사실은 명상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선택을 해야 된다는 상황을 모르고 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택의 필요성을 아예 느끼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선택이라고는 말하기 곤란할 것 같기도 하다. 명상을 하고 싶어 하는 근본 이유가 행복해지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야만 하는 예속적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일종의 행복으로부터의 자유이고 행복에 대한 집착마저도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길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설고 도저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해 지는 것에만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길은 행복해져야만 하는 길과 함께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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