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삼매, 무익한 삼매
우리는 어딘 가에 깊이 빠져 있을 때 ‘삼매경’에 빠졌다고 한다. 무척 재미있거나 혹은 절박할 때 우리도 모르게 정신은 온통 한 가지 상태에 머문다. 마음이 하나의 대상이나 상태에 온전히 모아져 있으면 이 상태를 삼매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마음이 집중되어 있는 모든 상태를 삼매라 하지 않고 유익하게 마음이 모아져 있는 상태만을 말한다.
마음이 대상에 깊이 몰입하려면 강한 기쁨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수행에서 말하는 기쁨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냥 단순한 재미와 기쁨에서부터 전기가 흐르는 듯 한 자극이나 몸이 뜨는 것 같은 느낌, 황홀감, 환희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기쁨이 일어나면 마음은 저절로 어떤 하나의 상태가 진행된다. 보통 일반 사람들은 감각적 즐거움을 느낄 때, 하고자 하는 일이나 바라고자 하는 일 등이 성취되었을 때 기쁨이 일어난다.
이러한 종류의 기쁨도 일종의 삼매의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유익한 삼매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각적 즐거움을 느끼거나 바라는 일이 성취될 때 그 순간은 기쁘지만 잠재적으로 집착, 분노, 무지가 계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좋으면 그 상태를 다시 느끼거나 오래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신도 모르게 생기고 또 그러한 상태를 얻지 못하거나 사라지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세속적 기쁨의 상태에서는 그 대상이 영원하지 않고 고유한 실체가 없다는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본래 성품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무지가 계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익한 삼매는 어떻게 해서 생겨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주 재미있거나 절박할 때 어떤 대상에 몰입한다. 마찬가지로 삼매는 강한 기쁨을 원인으로 생겨나는데 이러한 기쁨이 생겨나려면 반드시 따라야할 원칙이 있다. 첫째, 행위나 말, 생각 등에서 자기 절제(戒)가 우선 되어야 한다. 둘 째, 감각 기관의 단속이 진행되어야 한다.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느끼는 것 등에 대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유념한다. 셋 째, 일상의 모든 활동 중에 항상 깨어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상태로 있는 지 잘 아는 것이다. 넷 째, 고요히 몸과 마음을 가라앉힌다. 조용한 곳에서 호흡이나 기타 수행법을 활용하여 호흡의 작용, 몸의 작용, 생각, 마음의 작용 등을 점차 고요히 하고 이완시킨다. 다섯 째, 몸과 마음이 고요해져 수행을 방해하고 불편하게 하는 다섯 가지 장애 즉 감각적 욕망, 분노, 게으르고 피곤함, 들뜸과 후회, 의심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섯 째, 다섯 장애들이 일어나지 않아 청정한 기쁨이 생겨난다. 일곱 째, 청정한 기쁨을 토대로 하나의 대상을 향해 생각이 지속되고 행복이 가득한 본격적인 삼매가 일어난다.
이러한 수순으로 일어나는 것이 바로 유익한 삼매이다. 우리는 간혹 세속적 욕망이나 삿된 믿음에 근거하여 삼매를 갈구하거나 혹은 자기 절제와 장애의 극복을 무시한 채 삼매를 얻으려 한다. 깨진 기왓장은 아무리 정성들여 갈아도 거울이 될 수 없다. 삼매를 얻으려면 올바른 방법으로 필요한 덕목을 먼저 갖추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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