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찾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현재의 의식작용을 우리의 마음이라고 간주한다. 그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우면 행복하다고 하고 그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우면 불행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애쓰고 산다. 사람들은 마음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 마음을 훈련시켜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거나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다거나 간절히 한 가지 생각만을 하여 마음을 훈련시킨다.
때론 마음이라는 작용도 훈련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마음이 편안해 지려면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음은 의식작용에 불과하며 의식작용은 여섯 감각기관(육근)과 그에 해당하는 여섯 감각대상(육경)의 접촉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한다. 마음은 육근이나 육경과 상관없이 본래부터 있어온 것이 아니다. 두 손이 만날 때만 손뼉 소리가 나듯 육근과 육경이 만나는 조건하에서만 의식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조건에 의지해 일어나는 마음도 매 순간 알고 보면 일어나고 사라지는 아주 빠른 작용의 연속이다.
우리가 손뼉을 한 번 칠 때 손뼉 소리는 치는 순간 발생하고 또 치는 순간 사라진다. 이것을 생멸현상이라하고 또 다른 말로 무상하다고 한다. 아무리 빠르게 쉬지 않고 손뼉을 친다 해도 매 순간의 소리는 생겨나는 즉시 사라진다. 손뼉 소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만히 지금 이 순간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라. 모든 들려오는 소리는 생겨났다 사라지는 연속된 과정이지 본래부터 그런 소리는 없었다. 그런데 소리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보여지는 것, 냄새, 맛, 촉감, 심지어는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등 우리의 의식을 생성하는 조건들도 이렇게 매 순간 빠르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과정일 뿐이다. 모든 것들이 이렇게 생겨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이것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한다. 또 그렇게 일어나 사라지는 것은 박수소리처럼 스스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원인에 의지해 발생한다. 스스로 고유한 실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한다.
무상과 무아의 도리는 오랜 수행을 해야만 깨달아 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구라도 생각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식적인 현상을 알지 못한 체 마치 그 대상이 본래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 여기며 산다. 이것을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 한다. 마음이 매 순간 생겨나면서 사라지는 현상임을 알면 그 마음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차원에 본래의 마음자리라는 것이 있다고 믿고 있다. 조건적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현상에는 그 어떤 실체도 있을 수 없고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마음자리가 있다는 견해는 영원히 존재를 지속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착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전도몽상일 뿐이다. 허망한 마음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 마음작용이 어떻게 일어나 사라지는 지 바라보는 지혜를 얻으면 수행의 공덕은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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