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은 과학이다.
부처님이 어느 날 지독한 고행을 하고 있는 한 수행자에게 고행의 이유를 물었다. 그 고행자는 자신의 스승이 이렇게 고행을 하면 전생에 지은 업이 소멸되고 사후에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 가르침을 따라 지금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부처님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 고행하면 전생의 업이 소멸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당신은 전생에 어떠한 업을 지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또 고행할수록 당신의 업이 소멸되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지금 얼마의 업이 소멸되었고 또 얼마의 업이 남아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고행을 통해 전생의 업이 어떻게 소멸되는지 압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고행을 하면 사후에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태어나는지 압니까?” “모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이런 수행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천 오백년 전 인도의 한 지방에서 수행과 관련되어 벌어졌던 대화의 내용이다. 어떤 믿음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오히려 우리가 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삶의 방식이 분명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속의 상황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수행이나 기도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 믿음에 빠져 어떻게 수행이 되는지, 어디 쯤 와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도 모르면서 언젠가 무엇이 되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산다. 오직 될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만이 있고 수행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지혜는 분별심과 의심이라고 치부되거나 장애로 간주되기 일쑤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들 습관적으로 말하지만 어디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있는지 냉철히 현실을 직시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서 공부 잘하기를 간절히 생각만 한다고, 씨도 뿌리지 않고 많은 수확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일은 분명히 없다. 지난 시절 과학과 교육 수준이 낮았을 때는 많은 일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영향 받거나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겨난 것임을 점차 알게 되었다. 마음을 다루고 자신을 이해해 가는 수행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의 작용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원인이 작용하여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수행도 당연히 상식적이며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이제는 수행 원리나 방법에 대한 정보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내용일 것이라는 믿음이 과학과 학문적 연구 덕분에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하였다. 다른 세속의 일처럼 수행도 목적이나 방법, 원리, 진행 단계, 체험되는 현상, 장애 요소 등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렇게 할 때 올바르고 효과적인 수행이 될 수 있다. 잘 되면 잘 되게 하는 원인과 조건이 있고 안되면 안되게 하는 조건과 원인이 있다. 이것들만 잘 알아도 수행은 어느 덧 자신의 삶이 될 것이다.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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