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 개요
절에 오래 다녔다지만 불교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속 시원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불교는 원래 수행 그 자체였기 때문에 불교를 알려면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수행의 원래 목적과 사람들이 불교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달라지면서 불교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그 본질이 왜곡되곤 하였다.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똑같은 표현을 쓰지만 중생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실현되지 않아 괴롭기 때문에 그 욕망을 성취하여 괴롭지 않고 싶어 하고, 원래의 수행에서는 욕망을 성취하려는 그 마음이 본래 없음을 깨닫게 하여 근본적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불교 수행은 결국 괴로움이 무지와 집착에서 비롯됨을 깨닫고 그것들을 지혜롭게 제거해 나감으로써 괴로움을 제거해 가는데 욕망 추구를 기반으로 하면서 불교를 이해하려 하니 도대체 감이 오지도 않고 앞뒤가 맞아 떨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불교는 일련의 수행 실천 과정이며 그 과정은 계(戒, 절제), 정(定, 삼매), 혜(慧, 통찰지혜) 삼학(三學)으로 표현된다. 절제수행은 기본 오계를 지키는 것과 감각 기관을 단속하는 것, 항상 깨어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삼매 수행은 호흡과 기타 삼매수행법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다섯 장애요소를 차단하며 몸과 마음의 경안을 이루고 강한 기쁨을 체험한다. 강한 기쁨을 원인으로 첫 번째 삼매에 들고 다시 첫 번째 삼매를 원인으로 두 번째 삼매 등을 체험한다. 삼매의 힘이 충분하면 이제 강한 집중력과 자각력, 정신력 등을 바탕으로 대상의 본질을 사실적으로 꿰뚫어 보는 반야바라밀(통찰 지혜)을 실천한다. 이 반야바라밀의 실천이 본격적인 불교 수행이라 할 수 있다. 반야는 인도말 빤야(paññā)의 음역으로서 그 의미는 대상을 사실대로 깊이 꿰뚫어 아는 것이며 요즘 말로 통찰 지혜라고도 한다. 바라밀은 공덕을 가져오는 실천이라는 의미인데 대표적으로 여섯 가지(육바라밀)가 있다.
반야바라밀의 실천은 우선 대상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자각은 인도말로 'sati', 한문으로 정념(正念)이라 하며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에 마음을 고정하는 것으로 현재 어떤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앉아 있으면 앉아 있는 줄 알고, 걷고 있으면 걷고 있는 줄 아는 것이 자각인데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든지 금방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각하면서 그 상태가 영원하지 않고 고유한 실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고 있다면 이 상태가 바로 통찰 즉 반야바라밀을 실천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것을 자각할 때 그 자각의 내용을 살펴보면 분명 두 가지 밖에 없다. 즉 정신작용과 물질작용이다. 자각을 하면서 그 내용이 정신작용이거나 물질작용일 뿐이라고 알고 있으면 이것을 정견(正見)이라 한다. 정견 또한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 자각을 하면서 자각하는 상태가 매순간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흘러가고 있는 그 상태를 무상(無常)이라 한다.
또 자각하는 대상은 영원하지 않고 본래부터 있지도 않았으며 스스로 존재하지 않고 조건적으로 일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무아(無我)라고 한다. 자각하면서 대상이 무상하고 무아라고 잘 알고 있으면 이것을 정사유(正思惟)라고 한다. 원래 정사유는 연기법을 사유하는 것인데 연기법의 또 다른 표현이 무상과 무아인 것이다. 무상과 무아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거나 오히려 반대로 영원하고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을 무지 즉 어리석음이라 한다. 반야바라밀은 결국 정견과 정사유를 실천하는 것이고 이러한 실천을 통해 무지의 상태를 제거해 나가며 이것이 곧 불교 수행인 것이다.
반야바라밀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것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며 입으로 만 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정견과 정사유를 실천하게 되면 즐거운 일이든, 괴로운 일이든 똑같이 영원하지 않고 고유한 실체가 없는 것이라 알게 되며, 즐거운 것에 집착하지 않고 괴로운 일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 평온을 얻게 된다. 또 모든 것이 조건과 원인에 의해 조건적으로 또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 있다는 견해나 한 번 없어지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는 견해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평온과 올바른 견해의 상태를 중도(中道)라고 한다. 반야바라밀을 실천하여 평온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욕망과 분노, 무지가 줄고 탐진치 삼독심이 줄어든 마음으로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대할 때 자비심이 베어 나온다. 이제까지 언급된 내용은 색다른 것도 아니고 기초 교리시간에 들어 보았던 내용들이다. 우리가 정확히 그 의미를 모르고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영원하지 않고(無常) 고유한 실체가 없기(無我) 때문에 이 상태를 한 마디로 공(空)하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흔히 ‘나’라고 집착하는 것은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물질인 몸, 느낌, 인식작용, 판단과 의도, 대상을 알고 있는 의식 작용이다. 이 다섯 가지를 하나씩 정견, 정사유해 보면 모두가 영원하지 않고 고유한 실체가 따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오온이 공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며 이렇게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 반야심경에 나와 있듯 모든 괴로움을 건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교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을 제시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은 원하는 것을 얻어 괴롭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무상하고 무아라는 사실을 잘 알아 집착과 분별이 일어나지 않아 근본적으로 괴롭지 않게 되는 것이다. 원래대로 수행을 하면 세상이 공허해지고 무력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의 가치를 깨닫고 올바른 수행을 통해 나날이 지혜로움이 커지게 됨을 체험하며 살기 때문에 신나고 강한 열정이 생겨난다. 열심히 살되 그 목적과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올바른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지혜로움 속에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꿈꾸던 행복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수행 따로 일상 적인 삶 따로 살게 되면 수행의 진척은 생기지 않고 수행의 향기가 삶 속에 베어나오지 못한다. 반야바라밀의 실천은 어느 순간, 어느 장소, 어느 상황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노력을 통해 수행과 삶이 함께할 수 있으며 이럴 때 수행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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