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까? 운동할까?
늦은 오후, 온 몸의 기력이 떨어지고 눈에 힘이 빠지면 만사가 귀찮고 어딘가에 편안히 몸을 기대고 싶어 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저녁시간, 혹시나 먹는 것이 부실해 몸의 기운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어 영양 많고 몸에 좋다는 맛나는 음식으로 잔뜩 배를 채운다. 배가 부르지만 여전히 몸은 무겁고 정신의 작용 속도는 절반으로 뚝 떨어져 있다. 이번에는 카페인이 풍부하고 향이 진한 커피나 차를 마셔 무뎌진 정신을 반짝 날카롭게 세워본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증상은 나아지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만성적인 상태로 굳어져 간다. 특별히 통증이 있거나 건강상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의 기력이 떨어지고 편안하지 않은 상태를 만성피로 혹은 미병(未病)이라고 부른다.
상당히 많은 현대인들이 요즈음 이러한 상태에 빠져 살고 있는데 삶의 활력과 정신적 만족을 약화시켜 생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만약 명상을 한다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온 몸에서 개운하지 않은 느낌들이 마음의 상태를 채워버리고 수시로 이 대상 저 대상으로 의식은 돌아다닌다. 그것도 잠시, 피곤함이 어느 순간 몰려와 서서히 눈꺼풀의 무게를 조금씩 무겁게 만든다. 공부나 일, 수행을 할 때 이왕이면 몸은 상쾌하고 마음이 편안할 때 최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상쾌하지 않고 불편하다면 여러 원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혈액 순환이 안 된다는 것은 혈관에 노폐물이 많이 쌓여있고 혈관 주위의 근육이 부실해 졌기 때문이다. 근육은 제 2의 심장이라고도 하는데 혈액순환에 심장 다음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음식 습관과 생활 습관의 변화 때문에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많이 음직이지 않는 편이다. 이러한 생활 습관 때문에 자연스럽게 혈관의 노폐물은 점점 쌓여가고 몸의 근육들의 기능은 많이 줄어들었다. 혈액 순환이 잘 되려면 누구나 다 아는 기본적인 처방이지만 음식은 적게 먹고 운동은 늘리는 것이다. 운동만이라도 많이 하여 근육이 충분해지면 불패요한 지방을 태워 몸을 가볍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여기에 소식과 명상을 곁들인다면 몸은 더더욱 가볍고 활력이 솟을 것이다.
명상은 불필요한 긴장을 해소하고 유익한 호르몬을 분비시켜 몸의 활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요즈음 건강 관련 서적을 보면 소식, 운동, 명상 이 세 가지 요소는 거의 대부분의 책에 공통으로 들어있다. 만약 자각이나 통찰 명상을 할 줄 알면 이 세 가지 요소는 자연스럽게 실천될 수 있는데 명상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행자들 중에도 잘 먹고 오래 앉아 있으면 수행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육체적 기력과 활력이 떨어지면 수행의 효율도 같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소식과 운동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몸의 기력과 활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음식과 보약대신에 동적인 수행의 비중을 좀 더 높여 볼 필요성이 있다.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로그인
산중한담
홈 > 산중한담 > 지장스님의 차 한잔의 생각
조회 : 1,7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