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의 이유
출가하여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출가의 이유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극히 감상적인 충동으로 출가한 것 같은데 다행이도 출가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차 출가의 이유가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다양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진정 출가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본다.
부처님 당시 꾸루국이라는 나라에서 랏따빨라 스님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감화되어 출가하였다. 그 스님은 고향 도시에서 제일가는 갑부의 아들이었으며 여러 명의 아름다운 부인을 두고 있었다. 어느 날 고향 마을에서 탁발을 끝내고 왕의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 스님을 출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꼬라비야왕이 그를 찾아왔다.
왕은 스님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존자여, 보통 사람들은 몸이 늙었을 때, 큰 병이 들었을 때, 재산이 없어졌을 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출가를 결심합니다. 그런데 존자는 아직 젊은 청년인데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고 재산도 부유하며 또 사랑하는 많은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출가를 한 것입니까?” “대왕이여, 나는 세존께서 설하신 네 가지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보고 알았기 때문에 출가한 것입니다.” “존자여, 그 네 가지란 무엇입니까?”
“첫째, 이 세상은 불안정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 둘째, 이 세상은 피난처와 보호자가 없다는 진리. 셋째, 이 세상에 나의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버려져야 한다는 진리. 넷째, 이 세상은 불만족스럽고 갈망의 노예라는 진리입니다.” “존자여, 그런데 저는 그 의미들이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젊은 시절 온갖 무술에 능하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당연하지요. 아무도 날 당해낼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까?” “아닙니다. 지금은 혼자 제대로 걷기도 힘듭니다.” “그것이 바로 첫 번째 진리의 의미입니다.
대왕은 많은 군대와 신하들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대왕에게 큰 병이 들었을 때 가족과 신하들이 그 병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까? 아니면 혼자 그 병을 감당합니까?” “혼자 감당해야 되지요” “대왕이여,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진리의 의미입니다. 대왕은 지금 수많은 재물과 재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물과 재산을 가지고 죽은 다음에도 하늘나라에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그 재물과 재산을 가져갈까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나의 재산을 가져 갈 것이고 나는 지은대로 받겠지요” “대왕이여, 그것이 세 번째 진리의 의미입니다.
대왕이여, 당신은 지금 풍요롭고 융성한 나라의 왕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뢰하는 어떤 사람이 와서 남쪽 어느 지방에 많은 금은보화와 코끼리, 여자들이 있는 나라가 있다고 말한다고 합시다. 당신은 그 나라를 정복하여 당신의 영토를 더 넓히겠습니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네 번째 진리의 의미입니다. 나는 그러한 진리들을 잘 알았기에 출가한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어 출가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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