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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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이 새롭다. 왜냐하면 똑같은 순간은 있을 수 없으니까. 또 매일 매일이 기다려진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묻는다면 웃기만 할 뿐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즐거운 일들이 있어서가 아니라서 그렇다. 그냥 지금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일들이 재미있을 뿐이다. 단지 생각이 바뀌었을 뿐인데 실제의 변화는 참으로 크다. 얼마 전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새로 나온 지 얼마 안 된 3D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냥 육안으로 볼 때는 화면이 조금 밝아졌다는 차이 밖에 느낄 수 없었는데 딸려있는 전용 입체 안경을 쓰고 보니 화면의 차원이 확실히 달라 보였다. 다시 안경을 벗고 똑같은 화면을 보니 생생감이 확 떨어져 보인다.
지혜라는 안경이 있다. 그 안경을 쓰고 나면 신기하게도 세상이 달라 보인다. 더 이상 예전처럼 욕망과 분노, 불안과 절망의 대상으로 그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혀 재미없는 것만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재미나고 신나는 일들로 가득하다. 이유는? 영화처럼 보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때론 세상을 영화처럼 볼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영화를 보러 간다. 아니면 집에서 케이블 채널에 나오는 영화라도 본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영화의 내용에 꽉 붙잡혀 버려서 잠시 시간과 공간, 나 자신을 잊고 있는데 그렇게 잊게 해주는 것을 우리는 흔히 재미라고 표현한다.
아무튼 우리는 영화를 즐긴다. 그런데 영화는 만들어진 것이다. 그 자체가 이미 실제가 아니라 꾸며진 것이다. 각본에 따라 행해진 배우들의 연기, 세트장의 조형물, 특수 효과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허구다. 가끔 스토리는 실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다큐멘터리나 대한뉴스처럼 실제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흥미와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픽션이다. 그런데 그 영화의 내용이 허구라고 해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간 사람들이 불평불만하지 않는다. 오히려 허구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재미를 체험하고 싶어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우리가 즐겨 읽는 소설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들이 만들어진 것이니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단지 즐길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죽었다고 우리는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자신의 일이라 연결 짓지 않는다. 지혜라는 안경을 쓰면 세상이 마치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처럼 본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버리지는 않는다. 우리가 돈을 주고서 까지 영화를 보러 가듯 주어진 삶을 재미있게 즐길 줄 안다. 그리고 가장 큰 재미는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인줄 알고 보기 때문이다. 영화를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영화의 연출자가 되고 연기자가 되어 그 영화가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가기도 한다.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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