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종류의 참사람
중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어떤 분이 귀한 차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구수한 숭늉 맛이 감도는 대홍포차였다. 전에 마셔 본 차에 비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정말로 좋은 차였다. 맛이 아주 좋아 찾아 온 손님들에게 차맛을 보이다 보니 일주일도 안 되어 금방 바닥나 버렸다. 사실 그 차를 마셔보기 전에도 대홍포라는 차는 자주 마셨고 약간의 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맛있는 대홍포를 마셔본 이후로는 내가 가지고 있던 대홍포는 맛이 약한 것 같기도 하고 덜 숙성된 듯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교 대상이 없었을 때는 그나마 가장 비싼 차 중에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 형편 없는 차로 전락해 버렸다. 차의 맛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입맛이 변해서 일 것이다. 맛있고 좋은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우리 범부들에게 하나의 기쁨이 된다. 그러나 좋은 맛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면 나 자신도 모르게 욕망과 집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적 느낌에는 세 종류가 있다.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이다. 범부들은 이러한 감각적 느낌을 느껴가면서 집착과 분노, 무지라는 잠재적 경향을 키워 유익하지 않은 것은 늘고 반대로 유익한 것들은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참사람은 이러한 세 종류의 느낌들을 느끼지만 유익한 것은 늘고 유익하지 않은 것은 줄어든다고 한다. 이들이 느끼는 느낌의 내용은 범부들이 느끼는 감각적 느낌들과는 차원이 다른데 주로 삼매의 상태에서 성취되는 기쁨과 행복감, 평온 그리고 지혜와 믿음에 의해 일어나는 역거움과 평온 등이다.
‘맛지마 니까야 기따기리 설법의 경’에서는 일곱 종류의 참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양면해탈을 성취한 자. 통찰 지혜로 해탈한 자, 몸으로 해탈한 자, 견해를 성취한 자, 믿음에 의해 해탈한 자, 가르침을 따르는 자, 믿음을 따르는 자 등이다. 양면해탈을 이룬 참사람은 무색계 삼매를 성취하고 통찰 지혜로 모든 번뇌를 부순 자이다. 통찰 지혜로 해탈한 참사람은 무색계 삼매 등을 체험하지 못했으나 통찰 지혜로 모든 번뇌를 부수어 없앤 자이다. 몸으로 해탈한 참사람은 무색계 삼매는 성취했으나 통찰 지혜로 번뇌의 일부분을 부순 자이다. 견해를 성취한 참사람은 무색계 삼매도 성취하지 못하고 통찰 지혜로 번뇌의 일부분 만을 부수었지만 여래의 가르침을 잘 알고 잘 실천하고 있는 자이다.
믿음에 의해 해탈한 참사람은 무색계 삼매도 성취하지 못하고 통찰 지혜로 번뇌의 일부분 만을 부수었지만 여래에 대한 믿음이 뿌리를 내리고 확고해 진 자이다. 가르침을 따르는 참사람은 아직 어떤 번뇌도 부수지 못했지만 여래가 가르친 가르침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수행의 다섯 기능인 자각력, 집중력, 정진력, 믿음, 지혜 등을 잘 갖추고 있는 자이다. 믿음을 따르는 참사람은 아직 모든 번뇌를 부수지 못했지만 여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충만하고 다섯 기능을 잘 갖추고 있는 자이다. 우리가 노력하여 이 번 생에 이러한 참사람 중에 하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분명 괴로움은 줄어 갈 것이고 지혜는 나날이 늘어 갈 것이다.
초의차명상 www.tean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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