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선, 길어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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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에 악바루라는 왕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악바루 왕은 벽에 선 하나를 그어 놓고 신하들에게 그 선에 손을 대지 말고 선을 줄여 보라는 문제를 내렸다. 보통은 손을 대어야만 어떻게든 선을 줄일 수 있을 터인데 문제를 들은 신하들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한 신하의 머리 속에 마침내 묘안이 떠올랐다. 그 신하는 선이 그어 진 벽에 다가가 말없이 원래의 선 위에 더 긴 선을 그어 놓았다. 처음 왕이 그어놓은 선만 있을 때는 그 선이 긴 선인지 짧은 선인지 구분할 기준이 없었는데 그 선보다 더 긴 선이 그어지자 그 순간부터 원래의 선은 짧은 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악바루 왕은 껄껄 웃으며 그 신하에게 두둑한 상금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선을 가지고 산다. 자신만의 선을 가지고 살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 나름대로 선을 그어놓고 산다. 그리고 그 선의 길이만큼 영향 받고 살고 있다. 선의 길이가 긴 만큼 부여하고 있는 가치는 클 것이고 그 만큼 반응도 클 것이다. 선이 짧아 진다면 그 만큼 부여하고 있는 가치도 줄어들 것이다. 선의 길이는 세상을 살면서 줄어드는 것도 있고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선 그 자체는 항상 그대로 인데 그 선보다 더 긴 선에 관심이 있다거나 아니면 짧은 선에 관심이 생겨 원래의 선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경험을 통해서도 선의 길이는 변하지만 공부와 수행을 통해서도 선의 길이는 달라질 수 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수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행은 생각을 쉬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쉼으로 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고 알게 해주기도 한다. 또 반복된 노력을 통해 대상을 보는 힘과 요령이 시간이 지날 수록 발전하게 된다. 수행은 결과적으로 자신과 세상을 더 세밀하게 그리고 더 넓은 스케일로 보게 한다. 보는 방식과 범위가 달라지게 되면 보여지는 것도 달라지고 그 만큼 더 크거나 긴 선이 그어지는 것과 같다. 더 긴 선이 생기면 그 동안 긴 선으로 간주되어 왔던 선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질 것이다. 짧게 느껴진다면 그 선에 대한 가치도 줄어들고 또 그에 따른 영향도 줄어들 것이다. 어렸을 적 소중히 여겼던 인형이나 딱지 등이 어른이 되었을 때 별 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처럼 수행을 통해 가치관이 변하면 그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로부터 훨씬 자유로워 질 것이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자신감이 강해지는 것이다.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그 대상으로부터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떳떳하고 당당해 진다. 혹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이 남들이 가진 선보다 작다고 여겨져서 주눅들어 살고 있다면, 혹은 세상에 더 긴 선들이 많다고 느껴지고 있다면 자신 속에서 더 큰 삶의 가치, 더 의미 있는 삶의 가치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재물과 지위, 감각적 만족 등의 척도가 아닌 자신을 알고 세상을 알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가를 알아가는 것에 가치를 두는 그런 삶의 가치이다. 수행은 절대로 허황되고 공허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금씩 표시는 안 나지만 분명히 자신의 선을 넓혀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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