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설
“하늘에 눈이 내리면”
인생이란 여정의 기나긴 세월을 살아 오면서 자꾸만 보고픈 흘러가버린 세월의 추억이 한없는 그리움으로 밀려 올 때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를 친구삼아 하늘처럼 포근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추억을 되 새기고 싶을때 범어사 계곡 아래의 무형요 턱밑에 있는 “천설”이란 산방을 찿는다.
이곳엔 수많은 추억이 서려있고 평범한 사람들도, 찿는 사람마다 시인이되고 작가가 되어 떠나곤한다. 시인,작가,사진작가,화가,도예가등 다양한 예술인들의 집결지 이기도 한 이 산방을 사랑했던 사람과의 못다한 연분을 그리워하며 추억의 글을 남기기도 했던 작가 송화여사는 이렇게 회고한다.
“엊그제 휴일엔 부산 범어사 숲길에 자리한 찻집에 다녀왔습니다. 나무판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간판엔 눈이 내리네 라고 쓰여져 있었든가... 기우뚱한 초가 삼간을 개조한 듯한 천장은 얼기설기 나무로 엮어져 있고 멍석 깔린 흙 냄새 나는 내실엔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아련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토담집 구석을 흩고 떠다니던 옛 노래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이든가... 투박한 질그릇에 뽀얀 동동주 한 사발을 마주 하고 보니 되 집어지는 형체도 없는 그리움에 자꾸만 목이 컥컥 거렸습니다. 이렇게 당신은 흘러간 유행가 노랫말에 못생긴 질그릇 시큼한 동동주 속에 그리곤 끝없는 상념의 나래속을 먼지처럼 때론 첫새벽 빗소리처럼 소리없이 내려 앉습니다. 당신을 몸서리치게 하던 그 새벽 비 내음처럼 오늘 진종일 이 비가 내린다면 다시 그 찻집을 다녀 오렵니다.“
“천설” 하늘에 눈이 내리면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떤 사진작가의 작품인 눈위에 쌓인 강원도 산간지방처럼 생각되는 흰눈속에 쌓여있는, “비키”란 미국 여가수가 30여년전에 불러 힛트했던 “화이트하우스”가 연상되는 “천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는 시인도 이곳 “천설”에오면 시심이 떠올라 한편의 시가 자연스레 완성 되리라. 부산문학동인회의 정의태시인은 “천설”을 “달빛을 손으로 집어 안주로 삼킨다”고 노래했다.
하늘에 눈이 내리면
-천설에서-(정의태)
여기에 눈이 내리면 세상의 것 아니네
멀리 둘 일 멀리 있을 때
그리움으로 닿고
가까울 일 다가오면 눈빛으로 만나리
그럴 수 있으리
천설에 비가 내리면 바다의 것 아니리
사람의 맘으로 하늘이 있어
그리며 사는 일이 설움일 때는
한 세상 적시는 빗줄기가 되리
그래 술잔이 달이어라
여기에 와 앉으면
번민의 획책 없는 취기가 바람이더라
하늘에 내리는 달빛을 손으로 집어
안주로 삼키면 더욱 그러하리
인생이란 역경의 길에서 삶에 지쳐 지나온 노정이 떠오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느껴 질 때, 그리운 사람의 추억으로 잠 못 이룰 때 이곳을 찿으면 “초승달을 보며 천설에 앉아 있으니 샘솟듯 눈물이 흐른다”며 흐느끼던 어느 중년남자의 독백처럼 샘솟는 눈물과 함께 고독과 외로움이 한편의 시가 되어 공허한 마음을 안아주고 달래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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