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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산중한담 > 법진스님의 유유자적 山처럼 江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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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2-23 00:32
 조회 : 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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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이 지나고 그동안 도량 구석구석 눈길 주지 못한 곳 들을 정리를 하고 나니
온 몸이 녹초가 되어 초 저녁에 잠이 들었다.
따르릉 울리는 전화기에 시간은 겨우 아홉시를 가르켰다.
고아원에서 떠 돌다가 장성 하여 결혼 하고 이산가족 찾기에서 어릴때 헤어진
동생을 찾은 박처사님은 올해 연세가 60을 조금 넘었다.
한 십년 전 쯤인듯 하다.
작은 키에 보기에도 고생을 많이 하신것 같아 보였던 박처사님은
어느 어른 스님께서 나를 찾아 가면 살아 갈일이 생길테니 가 보라고 하셨다고
진주에서 찾아 온 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어른 스님은 내가 짧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줄은 모르시고
도자기에 대하여 대단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하신듯 했다.
그 분은 도자기 가마에서 잔일을 배우고 기술을 익히신 분이다.
도자기라는 것이 기술만 가지고 빚어 지는것은 아닌데
어른 스님께서는 박처사님의 기술이 안타까워 보였던 모양이다
물론 모든 일이 기교로만이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지만
기술과 기교가 겸비했을때 작품이 나오는것인데 박처사님 경우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특별히 배우고 가진것 없는 탓에 도자기 가마에서 노동으로 도자기를 빚어 왔다
당시 도자기 업계는 어렵고 남의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도 드물어 배운 기술을 썩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를 찾아 왔다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었다.
박처사님이 처음 오셨을때 낡은 신문지에 애지중지 싸서 가져온 그릇들은
내가 좋아 하는 류 의 그릇은 아니었지만
박처사님의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음을 알수 있었다.
박처사님이 당시 도자기를 배웠다고 하는곳은 우리나라 에서 茶人이라고 자처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지금도 팔순이 넘은 나이로 차와 찻그릇에 대한 문화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줄로 알고 있는 분이 주인이었다.
내가 정녕 아쉬워 하는것은 박처사님에게 도자기 기술을 익혀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것도 좋지만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꿈을 심어 주고 혼을 가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물론 배움 이라는것이 누가 가르쳐 주기보다 스스로 알아 차리는것이기도 하지만
박처사님을 만날때 마다 아쉬움으로 남는것은 봄이 되면 차 덖는 일이 즐거운 나에게
도자기는 떼어 놓을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차디 찬 바람이 사정도 없이 불어 대는 오늘 같은 겨울 밤에 육십을 넘은 박처사님의 긴 전화 내용은
요즘은 문화재 보수 작업하는 업체를 따라 다니며 황토와 돌을 섞어 담벼락을 쌓는 일을 하는 이야기와
이산가족 찾기에서 찾은 동생이 오십이 넘고 가족이 있는 몸인데
살기가 힘들어 동남아로 떠나 버려서 제수 되는 분이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어떻게 달래 줘야 할지
모른다는 내용과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말씀이
\" 스님 우리 꼭 함께 도자기 한번 빚어서 굽어 볼수 있었으면 해요.\"
누가 뭐라 해도 박처사님의 가슴에는 도자기를 빚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남아 있다는것을 알게 되어 잠결에 받은 전화는 잠을 도망 가게 했고 가슴을 아리게 했다.
몇년전에 도자기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도 갖춘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마를 가질수 있는 형편은 못 되고 막 노동을 하고 다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도자기를 빚어 보고 싶은 박처사님을 생각 하니 동짓달 밤의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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