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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산중한담 > 법진스님의 유유자적 山처럼 江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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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2-25 16:35
 조회 : 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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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문득 눈을 떠니 오늘이 성탄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문자메세지에 약한 내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평소 오가며 알고 지내는 기독교인과
천주교인들의 연락처가 저장 되어 있는 핸드폰의 번호에 문자를 보냈다.
평신도에서 부터 신부님 선교사님 목사님 수녀님들께 문자를 날렸다.
\"메리 크리스마스~대숲바람이 정겨운 성탄절 아침입니다. 축복이 가득 하소서:
라는 단어로...
어릴때 아주 산골 오지에서 태어났다.
오릿길을 걸어 가면 작은 교회가 하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우리반 부반장은 그교회에 다녔는데 나는 친구를 따라 교회를 가고 싶었지만
그 곳에 가볼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내가 행여 교회에 가고 싶어 하는 의사를 표현 하면
무슨 일인지 아버님은 \" 너 교회만 가면 가만 두지 않을테다.\" 라고 야단을 치셨고
어느 날 동네에 이사를 온 이웃 집에는 저녁마다 가족들끼리 손에 손을 잡고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보았던 그집이 너무나 부러워 나는 밤이 되면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심해
그 집으로 가서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공부를 해서 대구 어디엔가 보내면 점수가 매겨진
시험지를 받아 보는 일이 참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성탄절 전날 새벽녁에는 대문이 따로 없는 이웃집 혼자 사는 할머니 집앞에서 교인들이 등불을 밝히고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을 부르는 소리에 달콤한 잠을 깨웠던 그 황홀한 새벽을 잊지 못하는 기억도 있다.
가정 예배를 보던 새로 이사 온 집안 가족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나도 어느듯 교회니
기독교니 하는 단어들로 멀어져 갔을때 사춘기를 접어 들면서 어쩐 인연인지 온 동네 면소재지 전체에
절 하나 없고 태어나서 스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린 나는 자꾸만 스님이 될거라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 하고
다녔던 기억도 있다.
그런 어느 날 나는 아버님께 출가의 뜻을 밝혔고. 내 나이 겨우 열일곱 나이에 출가를 하겠다는 어린딸에게
교회에 가면 서슬이 시퍼렇토록 야단 치던 아버님은 단 한마디의 물음도 거절도 없이
\"그래 가거라 다 큰 딸이 제 갈길을 가겠다는데.\" 더 이상 아버님과 나 사이에는 나의 출가에 관해서
한마디도 오고 간것이 없었고 그 길로 나는 출가를 했고 2년후 아버님의 비보의 소식을 듣고 달려 가니
오로지 아버님이 쓰신 일기장 페이지 마다 그리운 내 딸 누구를 그토록 사무치도록 부르는 내용 뿐이었다.
어린 마음에 그 일기장 내용이 가슴 아려서인지 아무튼 무슨 사연인지 나는 그 노트를 다 태워 버렸고
요즘 생각 하면 그 노트를 보관 해 두었다면 수행길에 힘들고 지치고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때
한번씩 재칙찔로 볼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한 십년 전 어느날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 왔을때 노란 봉투에 주소가 씌여져 있는 편지 한통을 받았다.
청주에 사시는 한 목회자라는 글귀와 함께...
그 목사님은 그 교회에서 주일 마다 교인들에게 나눠 주는 주보에 제목은 \"부처님 오신날에 즈음 하여.\" 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담겨진 주보와 함께 보내 왔었다.
당시 나는 막 컴퓨터를 배워 다른 분의 도움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 홈페이지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는 목사님이 보낸 주보에는일부 개신교도들이 무조건 불교를 모함하고 배타적으로 생각 하는것에
대하여, 우리 역사관을 왜곡 시키는 것에 대하여 기독교인으로서 사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목사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 후로도 우연한 인연에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과의 만남도 이어져 왔다.
특별한 주제를 놓고 나눈 이야기는 없지만 수녀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여행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듯 바라 보았고 수녀님들과 스님들이 나란히 걸어 가는 그 자체 만으로라도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 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신부님은 산골 작은 우리절에 오시면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어렵게 꾸려 가는 살림살이를
걱정 해 주셨고 당신이 본당 큰 성당에 주임 신부로 가시면 우리절을 도울수 있다라는 말씀에 나는 감동 했다.
행여 동네 교회 다니는 꼬마들이 올라 오면 대답 하기 어려운 질문공세를 할 때면 참으로 난처 하기도 하다.
부처님이 높으시냐. 예수님이 높으시냐..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고 딱 잘라서 대답 하기 곤란해서
부처님과 예수님은 우리 모두가 사랑 하면서 살아가라고 가르쳐 주시는 분이고 두분은 친구라고 설명을 해 준다.
온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평화로움이 가득 하라고 각 종교는 가르친다.
단지 서로가 지향하는것이 다르고 인연이 달라서 각각 다른 종교의 진리를 섬기고 살아들 간다고 생각 한다.
목사님과 스님 신부님 수녀님과 동무 해서 차를 마시고 어울리듯 온 세상 사람들이 종교로 인해서 더 이상 분쟁을
만들어 내지 않기를 기도 드린다.
- 대숲 바람이 정겨운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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