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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산중한담 > 법진스님의 유유자적 山처럼 江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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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08 19:54
 조회 :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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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개 바나나 한개 떡 한쪽 베지밀 한통을 가방에 넣고 옥룡사 동백꽃을 보러 가야지 했던 마음은
나도 모르게 화개골로 달려 가고 있었다.
몇일전 언뜻 듣기에 차를 잘 만드신다는 스님이 화개골 어디쯤에 살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법명도 모르는 스님을 찾아 화개골로 달려 갔다
동네 어귀에 작은 가게에 들러 이런 저런 스님이 사시는 곳을 아냐고 물었더니 대뜸...
연락 하고 왔냐는 질문이다.
아닙니다. 그분이 누군지 저는 전혀 모릅니다.
그 말끝에 가게 주인은 스님이 계시는지 안계신지 전화를 해 보겠다고 했다.
이내 전화는 나를 바꿔 주고 나는 더듬 거리며 스님을 찾아 오게 된 동기를 짧게 대답했다.
길을 대충 알아서 찾아 올라간 산길은 보통 사람들은 지나쳐 버릴것 같은 산길이 입구였다.
말이 길이지 돌틈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듯 했다.
가파른 곳을 올라가니 스님의 오두막이 나왔다.
운동이 부족한 나는 숨을 헐떡거리고 스님은 마루에서 일단 좀 쉬라고 하신다.
딸기를 꼭지를 따고 내어 오신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물론 궁금하던 차 이야기보다 출가 하여 수행하면서 어려웠던 과정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서로간에 묻거나 대답 하지 않았지만 스님께서 오랫동안 선방에서 공부 하신듯 했다
그곳 토굴에 오신지는 삼년정도 되신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스스로 왕따가 되어 선방에서
나오셔서 토굴살이를 하신다고 법호를 왕따라고 지으시고 싶다라고 하시며 웃으신다.
그말씀 충분히 알듯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님은 물감과 붓을 꺼집어 내어
찻사발 한점을 그려 주시며 하시는 말씀 빈그릇에 마음대로 담고 비워 보라하신다.
참으로 오랫만에 선지식을 만난 희열이 가득 향기로 번져서 감돌았고 아직은 겨울 풍경이
덜 가신 앞산에는 언어가 부족해서 도무지 표현 할수 없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피었고
스님과 나 사이에 오고 간 풍경들은 내가 즐겨 읽는 조사어록의 풍경같은 그런 느낌이었다면 믿을까.
내가 욕심이 많은것인지 아니면 공부가 덜된 탓인지 함부로 내 입으로 합부로 선지식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만난 스님께는 선지식이라는 존칭을 칭하고 싶었다.
마음공부 하는 수행자가 가장 큰 기쁨은 선지식을 만나는것이다.
몇시간동안 이런 저런 공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님께서 우려 주신 차 맛은 차가 아니고
약이라는 느낌이 들정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 어떤 향도 더하지 않은 순수한 차 잎에서 내가 전에 마셔 보지 못했던 맛이 우려 나왔다.
두잔까지는 차맛이라고 느껴졌으나 세잔째부터는 차맛이 아니고 약같은 미세한 쓴맛이 바치면서 뒷맛은 달고 순했다.
물론 우리나라 찻잎으로 만든 떡차로 된 발효차였다.
마실수록 그맛이 오묘해 한 백잔은 넘게 마신듯했다.
그곳에 오시기전부터 작은 량이지만 오랫동안 차를 연구해 오셨다 한다.
너무 긴 시간을 토굴 살이 하시는 스님의 귀한 시간을 축을 낸것 같아 너무나 죄송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일어 섰는데 주름을 반듯하게 잡은 하얀천이 가려진 곳을 걷으시면서
구경한번 하고 가라 하신다.
내가 중국에 갔을때 보이차 가게에 진열해 놓은것같은 떡차가 여러개가 크고 작은 덩어리로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 놀랐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차맛을 떠나서 연구해 오신 흔적을 한눈에 알아 볼수있게 해 놓으신 걸 보고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스님 앞으로 저는 어디 가서 차 만든다고 입밖에도 안낼랍니다.\" 하는 나의 말을 들으시고
스님 말씀은 나도 스님께 배울수 있는것들이 많을것같다 하신다.
차를 만드는 곳을 참 많이 기웃 거려 보았지만 그렇게 대답 해 주시는 분은 스님 한분만
만날수 있었던 기쁨도 무적정 나선 혼자만의 봄소풍이 너무나 큰 소득을 보았다.
많은 분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나에게 아직 때가 아니라시며 말렸다.
스님께서도 우리차 연구에 깊은 뜻을 가지고 계셨다.
하지만 때가 아직 아니라 하시니 그 깊은 뜻을 충분히 알것 같아 고맙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나름대로 발효차를 연구해 오면서 터득 한것이 있다면 생잎을 절대로 솥에 들어가서 살청을 하지 않아야
깊은 맛을 기다릴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몇년이 지나 그 맛이 어떻게 변할지는 의문이어서
괜실히 마음이 바빠 있던차에 마치 올봄에는 솥에서 살청을 해 볼까 하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만든 발효차가 전혀 낮은 온도지만 솥에는 들어 가지 않았던 사실이다.
어쩌면 올봄 나는 성급한 마음에 작년에 솥에 넣지 않고 발효 시킨 차가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차 맛이 있어 올해는 낮은 온도의 솥에 가볍게 살청을 해 볼까 생각했던 일은 접기로 했다.
어쩌면 불 보살님께서 너무나 긴세월동안 고생하고 있는 내가 안타까워 시간이 흘러 가야만이 차의 변화를
알수 있는일을 빨리 가르쳐 주실려고 그렇게 화현하신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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