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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산중한담 > 법진스님의 유유자적 山처럼 江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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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19 05:16
 조회 :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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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다
캄캄하고 암울한 나의 어린 시절은 먼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절망 그자체였다.
몇분의 스님들과 함께 무작정 길을 따라 나선 지리산 자락 중턱 어디쯤을 향하고 있었던 그 무더운 여름날...
당시는 성삼재로 가는 길은 도로가 포장이 되지 않아 험하고 엉망이었다.
우리 일행은 땀을 식히기 위하여 작은 나무다리 아래로 몸을 피하여 서로가 망을 봐주며 숲속 개울물로 땀을 씻었다.
헐떡거리며 숨을 가두고 도착한곳은 숨겨진듯 작은 토굴 그곳에는 너무나 맑고 맑아 푸른 눈빛을 하신 스님 한분이 수행을 하고 계셨다
우리 일행들은 몇일은 그곳에서 묵었는지 기억에 아련하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것은 밤을 새워 소쩍새가 울어댔고
다음날 아침에 밤새워 울어 대었던 그 소쩍새의 목이 아플것 같아 염려 되었던 일은 다시 밤이 되면서
소쩍소쩍 울어 염려는 나의 기우(杞憂)였음을 알았다
아직도 소쩍새가 우는 밤이면 어김없이 그 날이 떠 오르고 대중살이만 했던 나에게 토굴살이 하시는
스님 모습은 신비롭기 까지 했고 행자때 겉멋이 들어 새벽 도량석을 할때면 나옹스님의 토굴가를 독송하며 그런 토굴생활을
막연하게 동경했던 그럴즈음 그곳 토굴방문은 아무런 말이 필요치 않았던 그냥 마음이 환하게 맑아졌던 기억하나,
아침공양이 끝나고 잠시후에 스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차를 우려 주셨던 일....
새벽예불 죽비 소리와 함께 낭랑하게 緇門을 큰소리로 읽으시는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클레식 음악을 들려주시며
작설차의 신묘한 향을 우려서 우리들에게 그냥 침묵으로 법문을 들려 주셨던 일은 나의 수행길에
차향이 도반이 되게 해 주신 인연이 되었다.
그후로 해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 갈수록 수행자의 이름으로 살아 가기는 했지만 무엇인지도 채 인식되지도 않는
막연하고도 답답한 의식이 나를 억눌리며 캄캄한 긴 터널같은 어둠이 나를 옥죄어 왔다.
그럴때 마다 처음 그 토굴을 찾았을때 처럼 그 먼거리를 걸어서 걸어서 스님을 찾아 뵙고 스님께서
말없이 우려 주시던 그 차향이 저절로 감로수가 되어 마음을 적셔 주었던 일...
객이 떠나고 나면 더욱 하기 싫어질수 있다 하시며 어느 누가 찾아 가던지 손수 공양을 지어 주셨던 묵언의 가르침
그런 가르침의 공양을 몇일간 얻어 먹고 하산하는 나에게 스님께서는 쳐다만 보아도 귀할것 같은 다기 세트를 주셨던 일이
오늘날 내가 차의 맑은 성품이 지니고 있는 정신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나누고자 이름표를 달아 문을 연
사단법인 백운 茗茶문화원이 된 일이기도 하다.
그 귀한 마음이 담긴 그릇을 십년을 넘게 이곳저곳을 옮길때마다 애지중지 여기며 차를 우려 마시다가
나중에는 나의 부주의로 깨지고 다관 뚜껑 하나만 달랑 남아 나의 영원한 보물로 마음자리를 차지 하고 있음이다.
* * *
은혜로운 스승님을 그리워 하며 2000년 3월에 쓴 찻잔이라는 제목을 옮겨 본다
차를 마신다는것은 단순하게 마시는것만은 아니다.
차를 마시면서 끓일 물이라든지 아니면 찻잔이라든지 어떤 종류의 차라든지
누구하고 마시는지 어떤 장소에서 마시는지 그날의 날씨가 어떠하다든지
그러한 테마들이 차 마시는 분위기를 다르게 해 주기도 한다.
맨 처음 찻잔을 갖게 된것은 약20년 전 존경 하는 스님이 주셨다.
그 찻잔은 이 세상 어느 찻잔보다 나에겐 최고의 보물이었다.
가는곳 마다 보석을 다루듯 그러기를 십여년을 사용 해 오다가
하나씩 깨지고 결국은 다시 다른 찻잔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좋은 찻잔이란 값이 나가고 어느 유명한 도공이 만들고 그런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아무리 값높고 유명한 도공이 만들었다고 한들
마음이 가지않는 찻잔은 언제나 나에게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좋아 할수 있는 찻잔을 가지고 싶기도 할것이다.
차 마시는 일이 일상에서 멀리 할수 없는 도반이 되었지만 스님께서 주신 찻잔
그 이후로는 나에게는 보물이 된 찻잔은 없었다.
십년을 넘게 마셔온 지금의 찻잔에도 나의 머무는 마음이 없다.
언제나 늘 낮설은 찻잔이었다. 그 찻잔들은 참으로 가련하다.
늘 마주 하는 내가 마음을 주지 않았으니 빛이 날일이 더 더욱 없었을것이다.
왜 내가 그 찻잔에 대한 정이 없을까... 찻잔을 구할 당시 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공동으로 구입했다.
그 중 가장 남들이 싫어 해서 뒤로 밀린 찻잔을 내가 가진 탓일까?
아무튼 난 언젠가는 마음에 꼭 드는 찻잔을 하나 구해야지 하고
마음으로부터 뒤로 밀린 찻잔에 차를 우려 마셨다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
그런데 얼마전 도자기를 굽는 선생님이 내가 사는 이곳 산중에 오셨다.
나는 그분이 만드시는 분청 도자기에 빠져서 십년을 쫓아 다녔지만 돈으로 살 생각은 엄두도 못내었다.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에 드는 찻잔을
마음으로만 만나고 돌아 와야 했지만
찻잔마다 이름이 부쳐지고 이야기거리가 있는 아름다운 분청 찻잔에
차를 마시고 돌아 오는 날은 기분이 저절로 환해졌다.
그런데 어느날 그분이 우리절에 오셔서 오셔서 \"아이고 차를 덖는 스님이 찻잔이 이게 뭐꼬\" 하시면서 그 다음날 참으로
아름다운 찻잔 다섯개를 가져 오셨다.
그것도 찻잔 마다 이름을 부쳐서.....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밤 하늘..
오는 분 마다 찻잔을 놓고 차를 마시기전에 어느계절 찻잔에 마시고 싶은지
물어 보고 취향대로 찻잔을 선택하게 하여 우려 드린 차를 마시는 모습이 마냥 예쁘다.
오랜 세월동안 차를 마시는동안의 시간 과 찻잔에 대한 나의 마음은 각별 했지만
정녕 내가 마음 을 낸 찻잔은 이번이 두번째다.
마음을 주었다는것...마음을 내었다는 것...
사람에게도 마음내어 준 자리는
상대가 먼저 떠나 가더라도 바라보는 사람은 떠나 보내지 않았음으로
언제나 마음속에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별이라는 단어는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존경 하는 스님이 주셨던 찻잔은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존재 하고 있고 사계절의 이름을 가진 지금의 찻잔하고도
오랫동안 마음의 도반으로 함께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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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당시 나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천안에 사시는 어느분이 읽고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고 하시며
많은 값을 지불하여 구입하여 사용하지도 않고 찬장에 장식 해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하시던
백산 김정옥선생의 백자 찻잔 세트를 본인은 가질 자격이 없다 하시며 직접 가지고 오셔서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 찻잔도 이제는 다관 뚜껑을 놓는 개반 하나와 잔 하나 달랑 남아 있을뿐이다.ㅠㅠ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이 없듯 요즘 차실에는
방문 하시는 손님들 덕분에 다양한 모양의 찻잔이 많아졌다.
한때 나는 착각 하고 살았다.
변하는것에 대하여 몹시 상처받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살았던 일들에 의해서
늘 먹먹한 가슴을 안고 살았다.
지금은
온전히 평화롭기만 하다.
무정도 유정도
존재 하는것은 모두 변한다.
당시 스님께서 들려 주셨던 곡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호수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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