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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 산중한담 > 법진스님의 유유자적 山처럼 江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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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08 20:30
 조회 : 2,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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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마당이 좁은 집에서 살았다.
마을에서 제일 큰 오칸자리 집이 두채 있었는데 두집에는 계절마다 온갖 꽃들이 담장넘어로 피어 올라
어린 나를 유혹하였다.
나는 밤이 되면 몰래 침범 하여 꽃을 훔쳐 꺽어 왔다.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살았던 곳은 영주동 아파트에 살았다.
지금도 그 아파트 있을까...^^
아파트 화단에는 오칸자리 기와집에 핀 꽃들 만큼 온갖 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도 밤이 되면 몰래 가서 꽃을 훔쳐 꺽어 와서는 그릇 풀 세트를 사면 들어 있는
다양하고 예쁘게 생긴요리 그릇들을 수반 삼이 꽃을 꽂았다.
누구 한테 배우거나 본적도 없었는데...
꽃을 다루는 수준은 산골에 살때보다 한등급 승격한 셈이다.
지금 생각 해도 당시의 나는 요상한 아이였던 것이다.
출가를 해서도 그랬다.
특히 태백산에 살때 기억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한다.
눈만 뜨면 천지가 단풍 나무고 주목이고 잦나무였다.
마당이 따로 없고 문만 열면 태백산 망경대 바로 아래 계곡 옆에 있는 유일사
지금도 그곳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어쩌다 마을 사람이 올라 와서 전해 주는 말들은 어디 산속에서
간첩이 나타 났다는 무서운 소식이 있었던 때였다.^^
가을 이면 온산을
피곤한 줄도 모르고 유일사에서 망경대 까지는 제법거리가 있는데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들꽃들을 한아름 꺽어 부처님전에 올리고 스스로
기뻐 하고 신심내서 열심히 정진 했던 그 시절이
내 삶에 있어 가장 짬지게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다.
가을 철 태백산을 온통붉게 물들인 단풍은 스무살을 갓넘은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어린 단풍나무를 뽑아서 그것도 모양이 좋은 녀석을 골라서 바켓츠에 심어 옮겨 방문 앞에 두곤 했다.
노루 한마리가 제맘대로 온산을 뛰어 다니듯 그렇게 그 산에서 나는 뛰어 놀았다.^^
살아 오면서 무엇을 부러워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었던 내가
그 옛날 어린시절 꽃나무가 많은 집들을 부러워 했다.
꽃과 한맺힌 일이 있었을까...^^
그래서 일까
어설픈 나의 항칠은
온통 꽃밭이다.^^
* 항칠 : 아무렇게는 쓸모없이 낙서를 하는 일을 두고 내 고향에서는 항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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