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을 다녀와서...
기침감기로 삼일 째 고생중이다.
엊그제 토,일요일은 내내 기침이 나와 힘들었다.
오늘 오전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몸도 안 좋은데 비까지 내려 하루종일 우울한 감정이 증폭된다.
회사에 출근하여 가끔 창 밖에 있는 남대문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퇴근길에 동료와 함께 음식점에 들려 저녁을 먹는데 아는 법우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부고(訃告)소식이었다.
퇴근길목이기도 해 풍납동에 있는 현대아산병원에 들렀다.
법우님의 직계가족의 상(喪)은 아니었지만, 법우님께서 카운터에 앉아 고생하고 있었다.
상주(喪主)가 이제 겨우 대학 3학년이다.
어린 사람이 홀로 상주(喪主)되어 처연하게 손님 받는 것을 보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마치 5년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불현 듯 5년 전 병원에서 치른 어머님의 상(喪)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온다.
초상 치를 당시에는 슬플 겨를이 없었는데 상을 치루고 난 후 혼자 있을 때면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필시 나는 죄인이다.
나중에 부모 되어 나도 과보를 받으리라.
향 하나 꼽고, 고인(故人)에게 2배 한 후 어린 상주와 맞절을 하는데 처연한 눈망울이 애처롭다.
'고인께서 너무 일찍 가셨구나...'
그냥 나올수가 없어 법성게(法性偈), 무상계(無常戒), 광명진언(光明眞言)을 독송해주었다.
애초에는 금강경을 독송하려 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짧은 경전으로 대신했다.
5년전 어머님 49재때 매일 저녁 7시에 연화정사에 올라가 49일동안 금강경을 읽어드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가끔씩 눈물이 나왔었지....
오늘 독송은 감기 걸려 목소리에 힘이 없기도 했지만 왜 그리 땀이 나는지..
무상계를 읽을 때엔 그 구절 구절들이 망자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독송이 끝날 때까지 조문하러 온 문상객들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 아산병원은 참 시설이 좋다.
분향소와 문상객 방이 복도 하나 사이로 따로 떨어져 있어 출입이 편리하다.
문상객 방에서 간단한 음료수와 부침개가 올려있는 상(床)하나 받고 법우님과 마주 앉아있으려니 할 말이 별로 없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부처님의 이 말씀이 곧 진리이리니..
평소에 가끔 죽음의 준비는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공덕 쌓고 사랑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병원문을 나서니 비는 더 자락자락 내린다.
멀리 수은등이 희뿌옇다.
[학륜 합장]
로그인
산중한담
홈 > 산중한담 > 학륜거사의 일상에서 바라본 불교
조회 : 6,5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