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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1-22 01:55

초의스님과 차명상

글쓴이 : 지장스님

사회 수준과 개인의 의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삶을 보다 충만하게 가꾸어 보려는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듯하다. 사회 변화의 흐름이 잘살기와 환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사회 모든 분야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과거엔 여러 여건 탓에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이 삶을 보다 질적으로 높여 나가는 데 관심을 가졌었다. 지금은 삶의 수준이 보편화되고 개성 있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 생계 문제를 떠나 삶을 즐기며 동시에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들이 활발하게 실천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회 흐름은 정신과 육체의 조화와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음식과 운동, 여가 활동 등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변화를 촉진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는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열풍이다. 유럽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웰빙 열풍은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사회 문화 흐름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본래 요가나 명상, 유기 농산물 중심의 채식 문화와 친환경 중심의 생활을 지향하는 운동으로 출발했으나 한국에서는 문화, 경제, 정치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되고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서, 웰빙의 대표 주자를 뽑는다면 단연 녹차와 명상일 것이다. 한때 찬란했던 한국의 차문화는 조선시대 지속적인 숭유배불 정책과 맞물려 그 문화적 기능을 상실하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거의 소멸 단계에 까지 다다르게 된다. 조선시대 후기 초의 스님이라는 구세주 같은 인물에 의해 차문화는 새롭게 정리되었다. 초의 스님은 차의 가치를 알고, 차가 우리의 삶과 의식의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길과 기틀을 제시하였다.

초의 스님은 격동의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여러 사상가, 개혁가들과의 격의 없는 교류를 통해 다양한 사상과 삶의 자세를 학습하고 가르쳐 주었다.

초의 스님은 우리의 삶을 충만시키고 완성시켜 나가는 데 불교와 유교 등 성인의 가르침이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차별이 없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한국 다도의 완성자이기도 하다. 후대 차인들의 길잡이가 된 <다신전>, <동다송> 등 귀중한 저술을 남겼으며 차와 차 마시는 행위가 결코 수행과 둘이 아님을 자신의 삶을 통해 몸소 보여 주었다.

뛰어난 선승이기도 한 초의 스님은 당대 선수행의 한 축을 이룬 백파 선사와의 논쟁을 통해 방황 상태의 선수행 체계를 다시 확립하고자 노력하였다. 수행과 교학의 역할을 동등하게 인정하고 이름과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참수행의 길임을 제시하였다.

일상에서 중정(中正)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차별없이 생활에 임해 생활과 수행이 또한 둘이 아님을 적극 실천하였다. 초의 스님의 수행관과 사상은 선수행 체계에 대한 논쟁을 활발히 지속되게 하였다. 이는 결국 한국 선불교 중흥의 기틀을 다지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초의 스님에 뿌리를 둔 한국의 차문화는 이제 우리 일상의 메마름을 적셔 주고 답답한 갈증을 식혀 주는 주요한 정서적 도구로 자리하였다. 활발한 보급 단계를 지나 그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 응용하여 사회 정신문화를 이끌어 갈 대안으로 그 역할이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고유한 차문화를 복원하고 새로운 꽃을 피워 나가려는 몇몇 차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다성 초의 스님 연구가 시작되고 초의 스님이 주석하셨던 일지암도 마침내 복원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문화계, 학계, 산업계, 종교계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 차 연구와 보급에 혼혈을 쏟음으로써 지금은 누구나 쉽게 차를 접하고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차와 함께 한국의 웰빙을 선도해 가는 명상 또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정신적 공허감,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 입을 수밖에 없는 상실감 및 좌절감에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주로 찾고 의지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교의 참선 수행을 비롯하여 기독교 계열의 영성 계발 및 자아 발견 명상, 인도의 요가와 중국의 기공 및 한국 고유의 단 수련 등이 대표적인 명상법으로 각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명상법들은 보다 효과적인 이해와 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그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한 일련의 노력에 힘입어 명상은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차와 명상은 각각 고유의 기능을 통해 지친 우리의 마음과 몸에 활력과 휴식을 준다. 그 효과는 앞으로 더욱 확신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차가 가진 장점과 명상이 지닌 장점을 서로 통합해 활용하게 되면 각각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유익한 기능이 더욱 효과적으로 활성화되는 시너지 효과를 바로 체험할 수 있다.

초의차명상은 이렇게 차가 지닌 정서적 유익함과 명상이 지닌 구체적 기법을 접목해 활용되도록 한다. 현대인들은 일과 삶에 치여 번잡함과 피곤함에 항상 노출돼 있다. 쉽게 명상에 다가서지 못하고, 하더라도 효과를 얻기 어렵다. 초의차명상은 이런 현대인들에게 효율적으로 명상법을 익히고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차명상을 통해 빠르고 쉽게 터득한 명상 기법을 일상생활을 하면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활과 명상 수행이 분리되지 않는 실질적 생활 명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삶과 분리되지 않는 명상 기법은 삶의 순간순간 동시에 명상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한다. 괴로운 마음 상태와 고통스럽게 하는 외부 조건에 유연하게 대처하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와 삶에 대한 만족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초의차명상의 기법과 중심사상은 초의 스님의 불이(不二)사상으로 대표되는 수행관 및 중정(中正)을 내용으로 하는 다도관을 이어 따른 것이며 오늘날 그 연장선상에서 적극 현대화하였다. 격의 없이 차와 명상의 유익한 요소를 적극 활용하였다.

이러한 원리는 차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가 마시는 일상의 모든 음료를 대상으로 응용할 수 있다. 요가 및 기공, 단전호흡 등 다른 명상 기법에도 활발하게 적용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존의 기도 및 신앙 활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초의차명상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상의 평범한 모든 행위들을 명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원리를 제시하고 기법을 전략적으로 연습해 효과를 빠른 시일 안에 체험하게 된다. 일상을 보다 의미 있고 의욕적인 생활로 바꿀 뿐 아니라 명상 시간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