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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2-14 11:17

기본 차명상 실습

글쓴이 : 지장스님

기본 차명상 실습

이제까지 차명상의 대략적 원리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명상을 하기 쉽고 일상에서 간단히 활용하기 위해 차와 차마시기를 활용한다고 하였다. 가정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간단히 실행해 볼 수 있는 차명상 방법을 소개하겠다.

기본적으로 차를 가지고 하지만 커피와 다른 대용차도 무방하며 음료수나 물, 심지어는 와인, 맥주 등의 술도 편안하게 느껴진다면 능력껏 활용해 보라. 단 명상을 핑계로 술을 항상 달구다닌 다면 술을 이용해 명상하기 보다는 결국 술에 이용당하거나 술로부터 비롯된 실수가 자신을 더 괴롭힐 것임을 명심하라.

식사 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차 한잔을 준비한다. 종이컵에 티백 녹차, 홍차, 아니면 믹서 커피라도 준비한다. 자신만의 찻잔이 있으면 아주 훌륭하다.

여건이 된다면 다구 판매점에서 일인용 다기잔구입하거나, 투박한 머그잔이라고 구비하면 좋다. 자신의 찻잔을 준비할 때 혹시 명상을 고려한다면 질감이 약간 거칠고 투박한 것을 권하고 싶다. 매끄러운 것은 손에 땀이 잘 나고 느낌이 금방 무뎌지기 때문이다.

크기는 보통의 물컵 정도면 좋다. 다기 세트에 있는 찻잔은 명상목적으로 사용하기엔 약간 작으며 찻물이 빨리 식으므로 손으로 편안히 감싸 쥘 수 있는 크기를 고른다. 요즘은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찻잔이 나오므로 자신만의 찻잔을 고르기 수월할 것이다.

차 또한 요즘은 아주 다양하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유럽 등지에서 생산된 다양하고 특색있는 차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이어트와 정신 안정을 위한 기능성 차까지 있기 때문에 조금 관심만 가지면 차를 마시며 명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수적인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잎으로 된 차를 구해도 좋고 티백도 요즘은 품질이 아주 좋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 차는 맛도 다양하고 향기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다. 자주 마셔보며 자신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가진 차를 선택하면 된다.

차명상시에 맛을 느끼며 명상이 잘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향기를 맡으며 명상이 잘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큰 찻사발에 상큼한 빛깔을 띤 차의 색깔을 보며 마음의 집중을 유도할 수도 있다.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시도해 보라.

차에 문외한 이라도 명상을 핑계로 오래 마시면 차에 대해 많은 것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니 처음부터 차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명상을 목적으로 마신다면 가장 편안하고 맛있게 마시도록 하라. 괜히 형식과 법도를 너무 따지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차에 관심이 생겨 더 전문적으로 차를 배우고 싶다면 전국 각지에 차모임과 차문화교육원이 있으니 그곳에 가서 배우면 된다.

차는 차마다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마다 맛있게 우려마시는 법이 약간씩 틀리다. 심지어는 같은 차라도 계절이나 몸의 컨디션에 따라 마시는 방법을 다르게 할 수 있기에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나가도록 하라.

뜨거운 물을 바로 사용할 수도 있고 물을 식혀 사용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다 그렇지는 않지만 발효차 등은 뜨거운 물을 바로 사용해도 좋고 녹차 등은 약간 식혀 우려마시는 것이 좋다. 뭐든지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잘 안다고 꼭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좋아하면 저절로 공부를 하게 되고 경험과 학습이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차의 성품을 알게 된다.

이제 차한잔이 준비 되었으면 명상을 시작해 보자. 먼저 찻잔을 한 손바닥위에 올려 놓고 다른 손으로 살짝 감싸 쥔다. 잔이 안뜨거울 경우는 양손으로 감싸지어도 상관없다. 사람에 따라 다 틀리니까 각자 편안한 방식으로 찻잔을 손에 든다. 찻잔 든 손을 배꼽위치, 가슴 위치 혹은 편안히 발 위에 놓을 수 있다. 이 또한 가장 편안하고 포근하다고 느끼는 위치에 자리를 정한다.

그런 후 눈을 감고 마치 눈을 뜨고 잔을 쳐다 보듯이 마음으로 잔을 바라본다. 손에 쥐어진 찻잔이 의식될 것이다. 잔의 따뜻함, 질감, 형태, 무게 등 그때마다 느낌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간에 잔이 느껴질 것이다.

사람에 따라 지독히도 들고 있는 잔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분명 잔을 들고 있는 것은 알지만 느낌을 느끼려고 하면 너무 막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손에 들고 있는 잔의 모양을 지속적으로 떠올리면 좋다.

실재하는 느낌을 아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관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자신을 아는 기능을 키우진 않지만 그래도 명상에 필요한 집중력을 계발시키게 된다. 나중에 어느 정도의 집중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작은 느낌까지도 의식할 것이다. 만약 그래도 잔에 집중이 안되면 눈뜨고 잔을 보던가 아니면 잔을 천천히 움직이며 잔의 움직임을 알도록 해보라.

마음으로 손에 든 찻잔을 의식하는데 최대한 있는 그대로 느낌을 알도록 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아는 기능을 키워나가는 것이기에 필요 없이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거나 어떤 느낌을 기다려서도 안된다. 그냥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느낌을 알기만 하라.

명상을 처음 시작하면 집중과 정신력이 약하기 때문에 금방 의식이 찻잔으로부터 도망갈 것이다. 이때 의욕이 앞서 명상을 잘해보겠다고 용을 쓰거나 정신을 과도하게 긴장시키는 경우가 흔한데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쳐 오히려 명상을 빨리 포기하게 된다.

초기에 잡념과 졸음 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극복하려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되도록이면 그 자체를 알도록 노력해야 한다. 명상할 때 잡념과 졸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뒤편 앉기 명상과 걷기 명상 편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잡념과 졸음이 명상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기지 말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명상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명심할 것은 명상하며 어떻게든 나를 아는 기능을 키우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상태로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나를 알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책 앞 뒤 내용에 대략 설명해 놓았고 그래도 이해가 안가면 주변에 명상하시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라.

2내지 3분동안 잔의 느낌 등을 지켜보는데 느낌은 매 순간 변하며 매일 할 때마다 다를 것이다. 따뜻함이 더 잘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고 잔의 질감이 더 잘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은은히 풍겨오는 차의 향기가 유난히 잘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잔을 떠나 시계소리, 사람들의 말 소리. 음악 소리 등이 더 잘 들려올 것이고 다른 날은 발이나 엉덩이, 허리, 어깨의 통증과 결림이 더 잘 의식될 것이다. 무엇인지 그때 실재하는 어떤 것을 알기만 하도록 하라.

비록 찻 잔을 가지고 명상하지만 외부의 자극이 너무 강할 경우는 잠시 찻잔을 잊고 강한 외부의 자극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억지로 찻잔을 느끼려 하면 되도 안 될 뿐더러 짜증만 난다.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어떤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잔의 느낌이 의식되면 이번에는 천천히 잔을 들어올려 본다. 아주 부드럽고 천천히 잔을 들어 올리며 움직이는 작은 순간순간들을 의식해 본다. 잔을 입술 가까이 들어 올리면 천천히 찻잔을 입술에 같다 댄다. 그러면서 입술에 닿는 잔의 느낌을 세밀하게 느껴본다.

이때는 찻잔에서 풍겨오는 향기나 열기도 의식될 수 있으니 더 강한 자극을 느껴보도록 하라. 잔을 입술에 대고 난 후 천천히 잔을 기울여 차를 들이 마신다. 차가 너무 뜨거우면 혀나 입술을 댈 수 있으니 조심해서 하기 바란다. 차가 입안에 들어오면 차맛이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떤 맛이든 그대로 알아야 한다. 차를 삼키면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까지도 의식할 수 있다면 의식해야 한다.

차를 마시며 차 맛을 느끼고 난 후 다시 손을 천천히 내려 원래 위치로 되돌린다. 이때도 부드럽고 천천히 움직이며 움직이는 순간을 잘 알도록 한다. 원래의 위치로 왔다면 다시 잔의 느낌에 의식을 집중한다.

이렇게 잔의 느낌과 손의 움직임, 차맛 등을 교차하면서 의식하는 것이 차명상의 가장 기본적인 명상법이다. 잔의 느낌과 차맛 등을 의식하며 명상하면 나를 아는 기능과 함께 집중력이 계발되고 손의 움직임을 의식하면 나를 아는 기능은 물론 정신력이 길러진다. 집중력은 나를 아는 의식이 강하고 날카롭게 작용하게 해주고 정신력은 오래 동안 작용하게 해준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혼자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동호회라도 만들어 같이 차명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본다. 여러 사람이 같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선 제약이 많을 수 있지만 어색하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차한잔의 느낌에 빠져보도록 하자.

명상도 일종의 훈련이다. 효과가 있다고 처음부터 눈에 띄게 변화를 체험할 수는 없다. 자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면 자기도 모르게 내공이 쌓인다. 명상도 기타 사회의 모든 활동과 특성은 같다. 명상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노력과 시간투자 및 인내가 필요하다.

현실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는 있다. 그러나 거저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 만한 고통과 시련을 견디어 내고 끗끗이 도전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가끔 성공에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낙심해 하고 정당한 방법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세상을 원망한다. 실패도 또 다른 성공을 향한 과정이다.

명상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동안 하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내공이 생기기 전까지는 꾸준한 연마가 필요하다. 설사 내공이 쌓였다 하더라도 금방 앉아서 천리, 서서 구만리 같은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점점 자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갈 뿐이다

몇해 전 유명한 나무 조각가인 인간 문화재 목아 박찬수 선생과 일본, 몽고 등을 공연차 같이 여행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인생철학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큰 복이라 여겼는데 짧은 몇 마디가 나의 생활에 큰 힘이 되주었다.

박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조각을 시작한 지 20여년 쯤 지나니까 어느 순간부터 나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고 보이는 대로 나무를 조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특별히 조각에 대해 더 배울 것도 없어졌고 그저 나무를 쳐다보고 생각나는 대로 조각만 한다고 한다.

지금은 어언 40년 이상 조각 생활을 하고 계시니 아마 그 경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피아니스트 임동창씨를 들을 수 있다. 이분과도 일본에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의 경우 중학교 중퇴 후 피아노에 미쳐 하루 스무 시간 가까이 3년간 피아노만 치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피아노 음악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목아 선생과 임동창선생이 함께 공연하는 것을 보면 전혀 대본 없이 그때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를 조각하고 음악으로 연주한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훌륭한 조각품과 진한 감동을 주는 음악이 만들어 진다. 이 두 분들은 타고난 능력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이 분들이 이 경지에 까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 배고픔과 주위의 멸시를 참아야 했고 언제 자신의 뜻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내공이 쌓여 있다라는 것을 느끼기까지는 누구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언제 그 상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불안해 하고, 쉽게 무언가를 금방 얻을 수 있다는 데에 귀가 솔깃해 진다. 그러나 인생을 오래 사신분들에게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게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