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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2-24 23:07

수행법도 궁합이 맞아야

글쓴이 : 지장스님

성격에 따른 수행법 차이

명상에 대한 관심이 불면서 참으로 다양한 명상법이 소개되고 있다. 새로운 명상법이 소개될 때마다 무언가 특별한 효과가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관심을 가져보지만 별 감흥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 명상이 꼭 필요하다는 절심함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격과 명상법이 일치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명상법도 성격이 있다. 그래서 만약 자신의 성격과 궁합이 맞는 명상법을 만나게 되면 처음부터 재미와 가능성을 강하게 느낀다. 또한 자연스럽게 좀더 꾸준히 명상을 하게 되고 또한 효과도 체험하게 된다.

명상법의 종류는 여러 가지 이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몰두시켜 강한 집중과 함께 평온, 행복감을 느끼는 명상법이 있다. 마음을 몰두 시키는 대상으로는 특정한 느낌, 이미지, 개념, 신념, 짧은 단어, 긴 문장, 화두 등을 들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순간순간 깨어있는 방법을 쓰며 자기 자신을 의식한다.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 매 순간 변하고 있는 자신의 느낌이나 주변 상황, 몸의 움직임, 생각, 감정 등을 있는 그대로 잘 알기만 하는 방법이다. 대상이 매순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마치 구경하듯 지나가는 대상을 알 뿐이며 대상을 따라가지 않는다. 설명은 다르게 하지만 여러 종교의 기도 수행법, 명상법이 크게 이 두가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명상은 일종의 마음 수련이기 때문에 마음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분명히 활용되어지는 마음의 기능은 확연히 틀리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명상의 성격까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첫째 어떤 특정한 대상에 마음을 몰두 시키는 방법은 정신에너지의 흐름이 나의 의식으로부터 그 대상으로 향한다. 즉 어떤 대상에 자신의 마음을 전적으로 맡기고 오직 그 대상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다. 나를 잊고 목적했던 대상과 하나가 되기 때문에 이때 강렬한 느낌과 충격에 휩싸인다. 외부로 강하게 분출하려는 에너지를 훈련을 통해 특정한 대상으로 몰아주게 되며 마음이 끌리는 대상을 찾게 되면 수월하게 진행된다.

사람의 성격은 크게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외향적인 사람은 활달하며 외부로 자신의 에너지를 적극 발산하는 사람이다. 이런 외향적인 사람은 평소 어떤 일이나 생각, 행위에 자신의 에너지를 적극 쏟아 부어야 직성이 풀리며 몰두해야할 어떤 일을 찾지 못하면 공허감을 느끼거나 불안해 한다. 자신을 가만히 나두지 않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하며 주로 외부로 돌아다니거나 몸을 움직이는 일을 좋아한다.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몰두하는 명상법이 어울린다. 몰두해야할 대상은 종교와 명상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자연스럽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면 좋다. 평소 자신의 에너지가 바깥 대상을 향해 주로 쓰이기 때문에 명상을 하더라도 자신의 정신에너지를 무언가로 향하게 하면서 해야 명상의 효과와 의미를 느끼게 된다.

명상의 대상으로는 종교적인 이상, 이미지, 추구하고자 하는 바램 등이 있으며 거창하지는 않지만, 특정한 느낌, 인물, 물건, 형상, 빛, 단어 등이 있다. 평소 몸을 바쁘게 움직여 활동적으로 사는데에 익숙해져 있기에 댄스, 헬스, 체조 등을 명상과 병행하면 명상에 재미를 느낀다.

마음을 특정 대상에 몰두시키거나 맡겨 버리면 자신을 잊고 그 느낌이나 이미지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집중되고 있는 순간은 세상의 모든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온함, 사랑, 행복감에 젖게 되며 이런 체험은 명상하는 사람에게 자신감과 힘을 준다. 기도나 명상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한 경우 사람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하는데 자신감과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더욱 열성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적극 명상을 권유하기도 한다.

명상의 또 다른 방법으로 깨어 있으며 나를 의식하는 명상이 있다. 어떤 대상에 몰두하기 보다는 어떤 대상을 인식하고 있는 나를 의식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흐름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나를 의식하고 그 과정 속에 나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나에 대한 이해는 내가 가진 한계와 모순을 인정하게 하고 결국 마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나에 대한 안 만큼 타인과 세상을 보게 되어 갈등의 요소가 적어진다.

내향적인 사람은 평소 자기 자신을 잘 의식한다.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 장점일 수 있고 단점일 수 도 있는데 너무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 심하면 소심해 지거나 남의 비평에 민감해 한다. 자신을 의식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면 좋은 명상이 되지만 부정적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을 의식하면 고통의 원인이 된다. 내향적인 사람의 또 다른 특징으로 사색을 많이 즐기고 혼자 시간을 잘 보낸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자신의 느낌, 감정, 행위 등을 의식하며 명상하면 빠른 효과를 체험한다. 고요히 내면을 지켜보는 기법과 자신을 느끼는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강하게 마음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된다. 힘을 쓰기보다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어떤 느낌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을 지켜보되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단지 알기만 할 수 있으면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상태와 비슷하다. 또한 자신을 알아 가면 갈 수 록 자신에 대한 이해가 커져가게 되고 자신에 대한 이해는 곧 다른 사람과 세상일에 대한 이해도 크게 한다.

이해가 커지다는 것은 여러 차원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우선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감수성이 깊어진다. 그래서 평범한 대화나 일상사에 감동과 자극을 잘 받게 되고 이런 일련의 경험은 발심으로 쉽게 이어진다. 발심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진지함과 의욕을 가진다는 것이며 이런 발심을 통해 결국 정신적, 정서적 자기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