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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1-23 16:51

초의 차명상 개요 1

글쓴이 : 지장스님

차명상 개요 1

차명상(선다)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참 행복을 만들어 내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행다(법도에 맞게 차 마시기)와 차의 정신을 통해서 지친 마음에 휴식과 활력을 주고, 정서적 평온을 체험하게 하며, 차 마시기와 주변의 일상생활을 명상화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꾸어 주는 일련의 정신훈련 과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다선일미 茶禪一味’ ‘중정청경 中正淸境’ ‘화경청적 和敬淸寂’ 등의 차 정신을 실현함과 동시에 참행복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차명상(선다)의 목표이다.

※ 차명상 :차를 마시며 행하는 명상, 차와 일상생활을 이용한 명상 방법

일반적으로 명상은 나를 알고 찾는 과정이라 한다. 모르던 나를 제대로 알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기도 하다.

평소 우리가 외부의 어떤 대상을 알고자 한다면 눈으로 보고 관찰하거나 손으로 만져 보고 맛을 보거나 냄새 등을 맡아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나를 알아가고자 할 때 우리는 중점적으로 우리의 내면을 보고 느끼고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기본적인 감각기관을 통해서는 결코 알 수가 없다.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우리의 내면 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특별한 어떤 마음의 기능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 기능은 사실 알고 보면 아주 특별하지는 않다.

그 기능이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자세로 있는지, 어떤 느낌과 감정 상태에 있는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고 살피는 것이다.

이것을 자각 기능, 알아차림, 혹은 내적 통찰 기능이라 부르기도 한다. 내가 나를 의식하는 기능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능이며 자연스런 기능이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써서 무슨 명상을 하고 자아를 찾고 행복을 찾을 수 있겠는가 반문할 수도 있다.

나를 의식하는 기능은 계발이 되기 전에는 그저 단순히 나의 표면적인 모습을 의식하거나 일시적으로 나를 느끼는 수준에서 끝나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계발되고 강화되어 자신의 내면을 깊이 꿰뚫어 보는 통찰의 수준으로 전환된다면 그때부터 또 다른 차원의 나를 보고 알게 된다. 이 기능은 노력하면 할수록 지속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다.

나를 의식하는 기능은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나를 찾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을 한 번의 만남으로 알 수 없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혹은 같이 살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 또한 내가 나를 의식하고 지켜보면서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며 그러한 만남을 점점 오래 가짐으로써 표면적으로 또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나의 존재 그 자체를 항상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점점 오랫동안 나의 존재하는 모습, 느끼는 모습, 생각하는 모습을 대하다 보면 나의 존재하는 모습에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처음 나를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되면 나의 존재하는 모습이지만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진정 나 자신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고 다른 사람에 의해 묘사되는, 거울에 비치는 겉모습을, 혹은 생각하고 있는 주체를 자신의 모습이라 고집하고 살아왔다. 때문에 또 다른 시각에서 혹은 다른 차원에서 느껴지고 바라봐지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냉철하게 자신의 현재 존재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자신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깨닫게 된다. 모순과 한계를 깨달았다고 결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이제 올바로 보고 알게 되었고 또 자신을 아는 만큼 다른 사람과 세상을 더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타인을 올바로 알 수 없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또한 올바른 시각으로 볼 수 없다. 자신이 가진 한계와 모순을 모르기 때문에 편견과 고정 관념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기준에 많이 접근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싫다고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와 모순을 보고 인정하게 되면 타인이 가진 한계와 모순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고 꼭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게 된다. 자기의 사고 방식과 세계관이 완벽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엉뚱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며 자신이 이상하고 엉뚱하다고 봐왔던 사람들 또한 그들 나름대로 독특한 사고 방식과 세계관,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아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확실히 인정하고 충분히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의식의 전환이 생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보다 쉬워지기 때문에 갈등과 불화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몇 달 전 머물렀던 사찰 근처에 등산할 수 있는 산이 있어서 오후에 산책 겸 걷기 명상을 위해 간혹 천천히 등산로를 걸어 다닌 적이 있다.

이 등산로는 차가 함께 다니는 길이며 비포장 도로였다. 걷다 보면 지나치는 많은 자동차를 만나게 되는데 열대 중 여섯 대 정도는 길가에 걷는 사람이 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먼지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나머지 차량들은 오던 속도 그대로 지나쳐 많은 흙먼지를 발생시키고 걷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속도를 줄여 먼지 발생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순간 잠시나마 걷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 반대의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흙먼지를 날려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산책의 평온함과 조용함을 망가트린 차를 향해 좋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적절한 예화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혹은 개인적 갈등은 줄고 평화와 조화가 어느 덧 성숙될 것이다.

나를 의식하고 살피는 것은 결국 나에 대한 진정한 이해로 이어지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며 그러한 인식 전환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많은 요소를 없애 나간다. 명심할 것은 나를 아는 만큼 타인과 세상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차를 마시며 나를 의식하고 살펴 점점 나를 알아 가는데 그렇다고 단순히 나를 알기만 한다고, 의식만 한다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의식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통찰의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

통찰은 어떤 대상을 깊이 관찰하여 그 특성을 파악해 가는 것을 말한다.

나를 의식하게 되면 처음에는 표면적이고 외형적인 나의 모습과 느낌이 의식된다. 앉아 있는 모습, 걷고 있는 모습, 누워 있는 모습, 또는 다리가 저리는 느낌, 허리의 통증, 가려움, 지루함 등에서부터 코끝에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 가슴과 배의 움직임, 양 발의 움직임, 찻잔을 들고 있는 손의 느낌, 차를 마시는 동작 등이다.

이러한 상태를 더 강하고 지속적으로 의식하고 지켜보면 어느 순간부터 몸 내부의 전반적인 느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호흡을 느끼더라도 코끝에서 느껴지던 느낌이 마치 온 몸으로 호흡을 하듯 느껴지거나 몸 안 구석구석이 전체적인 덩어리로 느껴지며 무언가 꽉 찬 상태로 의식된다. 혹은 찻잔을 들고 손의 느낌을 느낄 때 손과 찻잔의 형태는 의식되지 않고 오직 한 느낌만이 느껴지면서 그 느낌이 점차 확대되기도 한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통찰이 시작된다고 보는데 그냥 단순히 자신을 의식하는 차원보다는 발전된 양상이다. 주로 내면의 전반적인 느낌을 강하게 의식하는 단계이지만 힘있게 그 대상들을 지켜보는 측면이 더 강하다.

많은 분들이 내면의 느낌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지 못해 자주 질문하곤 한다. 기지개를 켤 때나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면 그때 어떤 형태의 내면적인 느낌이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은 의도적으로 강하게 내면의 느낌을 발생시키며 일시적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인데 내면의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든 것이다.

내면의 느낌을 느낄 때는 굳이 안과 밖의 구별이 없다. 오직 느낌만이 의식될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느낌과 감정에 파묻혀 버리기에 그냥 내면의 느낌이라 표현할 뿐이다.

단식을 하게 되면 몸의 활동 에너지가 약해지면서 내적으로 좀더 민감해진다. 내면적인 느낌에 쉽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종교와 명상에서 단식은 하나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기본적인 허기와 공복감에서 시작하여 점점 내부의 느낌에 예민해지면서 통찰의 상태로 나아가거나 내부의 느낌에 몰두하여 신비적인 경험, 또는 영감을 얻기도 한다.

효과 빠른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일상에서 자주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칫 자신의 몸을 잘못 관리하면 큰 병을 얻을 수 있기에, 하더라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상책이다.

의식하는 능력이 강해지면서 더욱 예민하고 날카롭게 나를 의식하고 살펴보면 평소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자신의 내면적 느낌들이 분명 의식이 된다. 굳이 힘 줄 필요도 없고 드러나는 그대로 의식하기만 하면 된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이완되었을 때 간혹 이런 느낌들을 체험하기도 하는데, 느낌은 항상 있어 왔지만 그 느낌들을 의식하는 능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것뿐이다.

나를 의식하는 기능과 통찰의 기능은 본래 같은 기능이며 통찰이 좀더 강하고 내면적인 실제 모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저 구별하기 위해 달리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