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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1-25 18:21

초의 차명상 개요2

글쓴이 : 지장스님

차명상 개요 2(사찰넷)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면의 느낌을 느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나거나 생각으로 알고 있는 내 존재의 모습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면의 느낌을 통해 근본적으로 마음과 물질의 존재 양식을 파악하게 된다. 이때 아주 강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이 요구되는데 적당한 과정과 기법을 통해 필요한 통찰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나를 통찰하는 능력이 강화되고 더욱 계발되면 내면의 느낌들이 또 다른 양상으로 의식되기 시작한다. 사실은 내면의 느낌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고 통찰하는 능력에 변화가 생겨 더욱 가깝게 내면의 실제 모습이 의식될 뿐이다. 통찰의 초기 단계에서는 막연히 구별할 수 없는 어떤 형태의 느낌으로 인식되지만 점차 그 성질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내면의 느낌들을 굳이 표현하자면 수천 가지 양상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범주를 전문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지(地), 수(水), 화(火), 풍(風) 사대(四大)라고 한다.

지(地 )로 표현되는 성질은 단단함, 부드러움, 딱딱함, 당김 등의 느낌들이고 수(水)로 표현되는 성질은 무언가 흐르는 느낌, 물이나 액체 같은 느낌, 달라 붙는 느낌 등이 있다. 화(火)로 표현되는 성질은 차가움, 더움 등이 있고, 풍(風)의 성질은 움직이는 느낌 등이다. 이 네 가지 외에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있지만 크게 네 가지 성질로 규정지을 수 있기에 사대(四大)라고 한다.

사대의 성질로 내면의 느낌을 계속 통찰해 들어가면 통찰력 계발과 더불어 어느 순간 또 다른 차원으로 내면의 느낌이 달라진다. 여기서도 보는 능력이 강해져서 더 정확하고 가깝게 대상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보여지는 대상은 무척 빠르게 흐르는 어떤 흐름으로 인식되며, 그 느낌의 본질이 불안, 불만족, 공허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끝없이 지속되고 있는 불안, 불만족, 공허감의 흐름을 인식하고 있으면 왜 우리들이 그토록 힘들게, 혹은 정열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렴풋이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같이 있고 싶어 하는지, 혹은 왜 어떤 상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아니면 왜 불안과 우울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 막연했던 근본 이유를 보게 된다.

보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이해하는 단계로 간다. 이해는 다른 표현으로 깨달음이라 말할 수 있다. 이 깨달음 이후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이렇게 나를 잘 의식하고 살펴보면 나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이 찾아오게 되는데 문제는 어떻게 나를 지속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잘 의식해 나가느냐이다.

나를 의식하는 기능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너무나도 자연스런 기능이며 내가 나를 의식하고자 할 때 언제든지 바로 할 수 있는 마음의 기능이다. 그러나 그 지속 시간이 짧으며 표면적이고 얕은 수준의 의식에서 머물러 버리기 때문에 그 기능이 가진 장점을 아직까지 우리는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효과적으로 나를 의식하는 기능을 계발하고 강화시킨다면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노력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기능이다.

평소 나 자신을 의식하면 처음 얼마 동안은 잘 의식되지만 바로 다른 생각으로 이어져 의식과 자각이 멈춰지게 된다. 사실 자신이 딴 생각에 자각과 의식의 마음을 놓쳐 버린 사실 자체도 모르게 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강하게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집중력과 정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집중력과 정신력이 지탱될 때 나를 자각하고 의식하는 기능이 오래 유지되며 일정 시간 강하게 작용하면 통찰의 수준으로 변하게 된다. 이 강해진 통찰력을 활용하여 나를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힘들게 하는 정신작용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게 된다.

자각과 의식의 기능은 집중력과 정신력이 함께 작용해야 하는데 자각과 의식을 강을 건너려는 사람에 비유한다면 집중력은 그 사람을 실어주는 배와 같고 정신력은 배의 동력과 같다.

집중력은 나를 의식하는 기능을 강하고 날카롭게 작용하게 해주며, 정신력은 그 기능이 오랫동안 작용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자각의 기능과 함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상태에서 어떤 대상에 깊이 몰두하여 지켜보는 명상을 수행하게 되는데 차명상시에는 찻잔을 들고 그 느낌과 상태를 의식한다.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움직임의 느낌과 형태를 의식하는 명상을 하게 되는데 찻잔을 천천히 들어 올리거나 내려놓으며 명상한다.

집중력과 정신력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면서 작용하면 나를 의식하는 기능 또한 큰 장애 없이 무난히 지속된다. 그러나 그 조화가 깨져 집중은 강한데 힘이 약하면 졸음과 혼침에 빠지게 되고 반대로 힘은 강한데 집중력이 약하면 끊임없는 잡념에 시달리게 된다.

집중에는 미세하지만 세 종류의 집중이 있다. 하나는 어떤 대상에 줄곧 마음을 고정 시키는 집중이며, 또 하나는 매순간 새로운 집중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는 대상이 바뀔 수 있으며 빠르게 대상이 바뀌더라도 매순간 새로운 대상을 향해 새로운 집중의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비 집중이라 하는데 집중하기 직전 마음이 모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공부할 때나 작업할 때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면 두 번째 순간 집중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 경우다. 나를 의식하는 기능을 강화시킬 때도 이 순간 집중의 기능을 활용한다. 그러나 호흡이나 이미지, 이름 등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거나 몰두하는 경우는 첫 번째 집중의 기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집중력은 통찰의 깊이 또는 강도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 집중력을 키우는 대표적인 명상이 앉기 명상이다. 몸에 움직임이 없고 호흡에 마음을 기울이며 명상하게 되면 차분해지는 호흡과 함께 깊고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계발시킨다. 또한 자각의 지속 시간과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신력은 걷기 명상을 통해 계발된다. 그래서 전문 명상센터에서는 앉기와 걷기를 위주로 하루 온종일 명상한다.

여건이 된다면 전문 수행센터나 선방에 가서 하루 종일 좌선과 행선을 하며 명상에 필요한 마음의 기능을 키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일과 가정이 있는 보통 사람들에겐 요원한 일이다. 가끔 휴가를 내어 수련대회나 피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일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명상센터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일석다조라 할 것이다.

나를 의식하는 명상 기법은 집중력 중심 명상과 달리 사실 따로 시간을 내어 할 필요가 없다. 평소 우리의 행위들을 자연스럽게 의식하며, 행위는 행위대로 하고 명상은 명상대로 병행하면 된다. 효과적이고 쉽게, 일상의 행위와 생각을 하는 자신을 의식하고 지켜보는 기능이 함께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행위나 상태든 다 명상화시킬 수 있다지만 막상 실행해 옮겨 보면 너무나 막연하고 생각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때문에 결국 어떻게 수행이 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어 쉽게 포기하고 만다.
이러한 현실은 명상의 원리와 기법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수행을 쉽게 해주는 요소를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를 적극적으로 찾고 그것을 이용하여 명상과 일상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활용 가능한 여러 명상도구들이 있으며 그 중에서 차마시며 명상하기는 아주 효과적이며 유익한 방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