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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1-28 00:03

초의 차명상 개요 3

글쓴이 : 지장스님

초의차명상원에서는 명상과 일상의 가교 역할을 잘 해왔던 차(茶)를 통하여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더욱 세부적으로 차명상의 원리와 기법을 정리하게 되었다. 차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차를 해왔던 사람들은 차가 여러모로 정신과 신체의 건강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분명 어떤 형태로든 유익한 작용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것들을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차를 마시며 명상하게 되면 한번의 명상에 집중력과 힘을 동시에 키워 주는 효과가 있다. 차 마시는 행위는 크게 정적인 부분과 동적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차 마시기 전, 물이 끊을 때, 물이 식을 때, 또는 찻잔을 들고 있을 때 등 특별한 동작이 없이 그냥 멈춰 있는 상태가 있고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차 도구를 만지고 차를 우려내는 동적인 상태가 있다.

움직임이 없이 정적인 상태에 있을 때 앉기 명상의 기법을 활용하여 나를 의식하고 통찰하는 명상을 하게 되면 집중력과 자각력이 같이 커지게 되고, 움직이면서 행위나 모습 등을 의식하며 걷기 명상의 기법을 활용하여 통찰하게 되면 정신력과 자각력이 커진다. 집중력은 강하게 나를 자각하도록 돕고 정신력은 자각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도록 도와준다.

차를 마시며 명상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하는 여러 명상법에 활용이 가능하며 내적, 외적 분위기나 느낌이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아주 효과적으로 기분 좋게 명상하게 된다. 같은 명상이라도 차를 마시며 혹은 찻잔을 손에 들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의식하며 명상하면 더욱 강하게 의식이 주변에 미칠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또렷하고 맑은 상태로 깨어 있게 된다. 게다가 차의 약리작용으로 인해 정신은 더욱 맑고 진지해져 명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이로움이 있다.

차명상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찻잔을 들고 찻잔의 온도와 질감, 잔을 쥐고 있는 느낌과 자세 등을 의식하고 지켜보는 방법이다. 특히 따뜻하고 질박한 느낌은 쉽게 의식을 집중하게 해주며 그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찻잔과 손의 형태가 사라지고 느낌만 남는 상태를 어렵지 않게 경험한다. 그때 오로지 그 느낌만을 대상으로 더욱 진지하게 지켜보는 명상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점차 통찰력이 강화된다.

차를 가지고 명상하게 되면 이러한 전반적인 이로움 덕택에 나를 의식하는 기능이 빠르게 계발되고 강화되어 나를 통찰하는 기능으로 쉽게 접어들게 된다. 나를 통찰할 때도 더욱 명확하게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차명상은 기본적으로 차를 마시며 명상하지만 어떻게 명상할 것인가를 빨리 터득하게 하고 명상에 꾸준한 흥미를 가지게 만든다. 차명상이 명상의 전부는 아니다. 차명상을 통해 터득한 명상 기법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하여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저녁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가능하다면 모든 순간들을 명상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명상할 때만 좋고 명상을 하지 않을 땐 일상의 순간으로 돌아와 다시 번잡스런 마음 상태가 되어 이리저리 정신없이 끌려 다니며 산다면 명상의 참효과는 없는 것이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휴식과 활력을 주는 역할에서 끝나게 된다. 하루 종일 명상하는 마음 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지속적으로 나를 의식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한 이해가 생긴다. 이러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해 삶을 보다 충만되게 살아가도록 한다. 이것이 명상의 참 효과이다.

일반적인 명상은 주로 고정된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몰두하는 훈련으로 집중력이 향상되면 일의 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힘들 때 잠시 집중할 대상으로 주의를 돌려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집중할 때만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원래의 마음 상태로 돌아가 버리며 힘들게 하는 원인과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바쁜 일상생활에 명상을 접목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향상된 집중력이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고,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력을 쏟아 붓게 하는 효과는 기대되지만, 일상생활에서 항상 하기에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고정된 것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력 중심 수행은 수행 따로, 일상생활 따로의 길을 가야 하며 명상의 효과만을 응용하는 수준이다.

자신을 의식하고 자각하며 통찰하는 것은 고정 집중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위나 모습, 느낌, 감정, 생각의 내용 등을 지켜보고 의식하는 것이다. 순간 집중력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일상의 행위를 해가며 그 자체를 바라보고 의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명상과 생활이 전혀 분리되지 않는다. 생활이 곧 명상이고 명상이 곧 생활이 될 수 있다.

요즘 기업과 조직에서 유행하는 경영 마인드 가운데 액티브러닝(Active Learning)이라는 것이 있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것이다. 원래는 영어권 나라에 가서 일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차를 마시며, 혹은 놀거나 일하며 명상을 하고 명상을 하며 여러 사회 행위들을 하기 때문에 액티브러닝의 명상 버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