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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02 10:36

현대차생활의 정신적 역할과 방향2

글쓴이 : 지장스님

Ⅲ. 차생활의 정신적 역할

1. 차생활의 정서적 기능

차문화의 가장 중추 역할은 다도교육에 있다. 예로부터 다도는 신체적인 유익함을 가져다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을 수양하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었다. 다도교육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기 위해 준비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또 손님에게 차를 접대하면서 일련의 예절과 공경의 마음을 익히고 유익하고 건강하게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다. 차를 마시는 과정은 나름대로의 형식과 절차 즉 예법을 가지고 있는데, 최대한 차를 맛있고 번잡스럽지 않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마시기 위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이런 예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게 되면 습관이 형성되고 습관은 다시 인격을 형성하는 한 요인이 된다. 습관화된 예법은 일상생활 중에 행동할 때 혹은 마음이 작용할 때 일종의 기준이 된다. 기준이 없을 때는 어떤 것이 더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 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혹은 옳은지 그른지 자체를 모르게 되는데 기준이 있게 되면 행위를 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왜 절제를 해야 되는가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다도는 자기 절제를 연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도 교육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사상은 상생 공존의 사상이다.(지장, 2006) 한 잔의 향긋한 차가 있으려면 차나무, 비옥한 토양, 맑은 물, 태양, 깨끗한 공기, 찻 잔을 만들 수 있는 흙과 여러 재료들, 그리고 사람 등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존재하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어야 되는데 다도는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체를 생각하는 시각을 길러준다.
이 외에도 다도 예절이 주는 정서적 안정은 차를 통해 얻게 되는 중요한 유익함 중에 하나다. 우리가 종교적인 건물이나 어떤 성스러운 곳을 가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지듯 차를 대하게 되면 커피나 술과 같은 음료와 달리 자연스럽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온다. 다도 예절은 상대방을 공경하는 마음과 주변을 차분하고 깨끗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차를 매개로 건전한 대화를 나누게 한다. 또한 차의 맛과, 향, 빛깔, 소리, 다구의 질감 등을 음미하며 차의 덕성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런 이유 등으로 정서적 안정감이 생성되며 정서적 안정감은 그 자체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정신적인 요소들 뿐 만 아니라 차 자체가 주는 약리학적 효능, 각성효과 또한 우리의 정신을 더욱 명료하게 하는 역학을 하며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다도는 우리의 정신을 순화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2. 차생활의 명상적 기능

1)명상의 의미와 통찰 명상

차생활의 명상적 기능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명상의 의미와 종류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명상의 정의는 학자나 명상가들에 따라, 또 방법이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어떤 명상이든 공통적인 목적은 행복하고 의미 있게 잘 사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명상의 의미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명상은 행복의 정신적 조건을 만들어 가는 일련의 체계적인 정신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훈련으로서 현실적 명상의 역할은 힘든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의지, 희망의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열정과 자기 능력을 더욱 극대화 시켜주는 역할, 그리고 지혜를 갈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진리 추구와 자기 성찰, 깊은 만족감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다.(지장, 2006) 명상의 취지는 모두 하나지만 그 과정과 방법에 있어서는 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몇 개의 큰 틀로 명상을 분류하면 삼매(三昧) 명상과 통찰(通察) 명상(지장, 2006)으로 나누는 방법, 목표에 따라 나누는 방법(김정호), 종교 수행의 형태로 나누는 방법(이정섭, 2006)등이 있다. 명상의 방법과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차의 명상적 기능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삼매 및 통찰 명상법 중심으로 명상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 방식으로 명상을 구분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강력한 믿음과 집중을 통해 주관과 객관 즉 자기 자신과 집중 대상 혹은 자신과 세상이 하나가 되는 몰아의 경지를 체험하여 고요와 평온을 성취하는 삼매 명상법이 있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각(Sati, 正念, 알아차림) 능력을 적극 계발하여 자신을 사실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게 하며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마음의 평온 및 행복감을 성취하게 하는 방법인 통찰 명상법이 있다. 차생활의 명상적 기능은 특히 이 통찰 명상법의 관점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통찰 명상의 원리 및 방법을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찰은 자각하면서 동시에 대상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이다. 통찰명상에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아는 자각력을 계발하고 이를 토대로 자각하고 있는 대상의 발생 및 존재하는 참모습을 파악하여 자각 대상에 영향 받지 않거나 유익하게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명상의 목적을 성취한다. 이 때 자각의 대상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존재하거나 작용하는 사실적인 그 어떤 것이어야 한다. 자각 대상은 다시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지는데 ① 몸의 행위와 자세 ② 느낌 ③ 마음의 상태 ④ 사유작용 등이다. 이 네 가지를 전문 용어로 사념처(四念處 )라 부른다.
통찰명상에서는 자각력 뿐만 아니라 잡념이나 혼침 없이 대상에 강력하게 집중하게 하는 집중력, 집중과 자각 상태가 오래 지속되게 하는 정신력, 명상 수행에 대한 믿음, 명상을 통해 얻게 되는 지혜 등의 요소도 함께 조화롭게 계발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명상 수행에 필요한 핵심적인 기능 혹은 힘이라고 하여 오근(五根)․오력(五力)이라 부른다. 전반적인 통찰 명상 수행 과정에서는 유익한 요소와 해로운 요소를 구분해 알고 유익한 것은 적극 계발하고 해로운 것은 적극 제거하기 위한 올바른 노력(正精進)과 자기절제가 반드시 수반된다.

2) 차생활의 명상적 기능

법도에 따라 차를 마시면 법도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노력과 차의 덕성 및 상대방에 대한 공경(敬)의 마음이 따르는데 이 때 자신의 행위와 마음 상태를 감지하는 자각(自覺)과 집중이 일어난다. 자각과 집중은 통찰명상의 핵심 기능이라고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행다(行茶)의 전반적인 과정은 우리의 오감을 두루 활용하면서 이루어지는데 이 때 다양한 감각 기능이 경험되면서 자각과 집중이 효과적으로 증진되도록 도와준다. 또한 행다의 과정은 정적이면서도 여러 동작이 어우러져 진행되는 동적인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행위나 느낌 등에 몰입이 용이하다. 특히 현대인들은 높은 열량의 음식을 먹고 적게 움직이며 시끄럽고 번잡한 생활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에 이렇게 오감을 활용하거나 부드러우면서 동적인 행다의 과정은 현대인들에게 아주 잘 부합되는 정신수양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점차 운동이나 청소, 음식 먹기 등의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명상화 할 수 있는 원리를 터득하게 하는데 이러한 점이 현대인들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된다.
행다의 과정은 감각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통찰명상의 대상으로는 사실적인 몸의 행위와 자세, 느낌 등이 있다고 하였는데 행다의 과정은 성격상 통찰명상 대상과 완전히 일치한다. 이제 행다의 과정을 통찰명상의 개념인 사념처(四念處)적 입장에서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다.

(1) 사념처(四念處) 수행

사념처 수행 : 인간이 사실적으로 인지가 가능한 정신적, 물질적 대상들을 네 가지 범주로 나누고 이 대상들을 면밀히 관찰해 알며 그 특성을 파악하여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확립하고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불교 수행법이다.

① 身念處 : 신체 현상이나 특성, 행위, 자세
② 受念處 : 몸과 생각으로 일으키는 느낌이나 감정
③ 心念處 : 마음의 현재 상태
④ 法念處 : 명상 중 일어나는 사유작용

(2) 행다의 과정과 사념처(四念處)

현대 행다의 과정을 큰 범위에서 살펴보면, 준비 단계, 차 우리기 단계, 차 마시기 단계, 차 도구 정리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제 이 행다의 과정을 사념처 수행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사념처 수행에서 첫 번째 신(身)념처는 몸의 행위와 자세, 육체의 특성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현대 행다에서는 차를 준비하고 우려내며 마시는 과정의 모든 동작과 자세가 해당한다. 즉 행다는 전체적으로 보면 일련의 행위가 연속되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몸의 행위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념처의 신념처에 해당한다.

② 사념처의 수(受)념처는 육체적 느낌과 정신적 감정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현대 행다의 과정에서 차를 우리거나 마실 때 느끼는 색, 향, 미, 질감, 온도, 등의 느낌과 감정이 이에 해당한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동시에 여러 느낌의 연속이다. 손이나 발, 엉덩이, 허리 등의 느낌이 기본적으로 항상 발생하고 여기에 잔의 촉감이나 온도감, 색깔, 향기, 맛, 차를 마시는 즐거움 등의 느낌이나 감정이 상황에 따라 항상한다. 따라서 행다 중에 오감을 통해 느끼는 느낌과 정신적 감정은 사념처의 수념처에 해당한다.

③ 사념처의 심(心)념처는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즉 고요하거나 평온한 마음 상태를 말한다. 행다 중에 다양한 마음의 상태를 체험한다. 정신이 맑고 또렷할 때도 있고 피곤하거나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 마음이 고양되어 있기도 하며 때때로 위축되거나 기운이 빠져 있는 상태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차를 마실 때 기본적인 마음의 상태, 컨디션은 사념처의 심념처에 해당한다.

④ 사념처의 법(法)념처는 마음에 일어나는 일체의 생각 등이다. 좋은 생각일 수도 있고 나쁜 생각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과정 중에 수많은 생각을 떠올린다. 행다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도 있고 이러한 잡념의 상태에 빠져있기도 한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행다 중의 일어나는 여러 형태의 생각은 사념처의 법념처에 해당한다.

3. 차명상의 효과

앞에서 간단히 차생활의 명상적 기능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차생활이 바로 자각 능력의 효과적인 계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자각은 사실적으로 현재 자기 자신의 상태나 행위 등을 잘 아는 것인데 비록 자신을 이해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이 자각 능력이 계발되면 개인과 개인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도덕 기준은 핵심적으로 자기 절제를 요구하는데 자기 절제는 현재 자신의 상태를 바로 인지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또 현대 심리학에서 정신적인 여러 문제 해결 방법으로 요즘은 인지치료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자신의 상태나 사고방식 등을 인식하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가는 방식이다. 여기서도 자신에 대한 인지, 즉 자각 능력이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된다.
명상적 원리로 보면 차생활을 통해 이렇게 자각 능력이 계발되고 이것이 통찰의 기초가 되며 통찰력이 길러지면 도덕 및 인성의 토대가 되는 자기 절제가 용이해지고 여러 정신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데 이 외에도 부수적인 여러 효과들이 있으며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장, 2009)

① 자기 절제 증대 (도덕 및 인성의 기초가 되고 미래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 할 뿐만 아니라 성공의 토대가 됨)
② 긍정적 반응 및 사고 (자신에 대한 사실적 이해 후 외부 자극에 대한 반 응 변화)
③ 스트레스 및 불안 감소
④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증대 (자각과 절제로 건강 유지)
⑤ 주의력, 집중력, 정신력 증대 (업무 및 학습 능력 향상)
⑥ 조화롭고 안정된 상태, 맑은 정신 상태 유지(맑고 평화로운 상태)
⑦ 자각력 증대와 함께 효율적인 생활 및 시간 관리 (현재에 집중)
⑧ 삶에 대한 열정, 자신감 증대, 창조적 사고 및 자기 발전을 위한 피드백 작용
⑨ 인간 관계 개선
⑩ 자신에 대한 이해 증대와 지혜 계발
⑪ 잠재 능력 계발 및 삶의 목표 설정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