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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06-20 17:45
자각력 계발 수행에서 네 가지 명상의 대상
 글쓴이 : 지장스님
조회 : 2,152  
자각력 계발 수행에서 네 가지 명상의 대상

나를 의식하는 기능 혹은 자각능력은 스스로 자기가 무얼 하고 무얼 느끼고 생각하는 지를 알아차리는 정신적인 기능이라고 하였다. 볼 때는 보는 줄 알고 걸을 때는 걷는 줄 알고 차 마실 때는 차 마시는 줄 아는 기능이다. 스스로 그냥 자신을 의식하면 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 눈을 지그시 감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알아차려 보라. 처음 얼마 동안은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 잘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계속해서 나를 의식 하려고 하면 미꾸라지 빠져 나가 듯 나를 의식하는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이어지는 생각과 감정적인 반응이 자신의 마음 공간을 채울 것이다. 다시 용기와 힘을 내어 시도해 보지만 될 듯 안 되고, 마음이 왜 이리 복잡한지 스스로를 한탄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평소 명상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마음이 그리 복잡하고 빠른 생각들이 지나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하여 자신의 내면을 스쳐서라도 보려고 하면 계속 튀어 오르는 생각과 감정적 반응들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실망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알기만 하여도 명상의 첫 효과는 거둔 것이다.
나를 의식하고 통찰하는 명상의 목적은 나를 아는 힘을 키워 올바로 나를 알아가는 것이고 더욱더 강하고 세밀한 자각능력의 힘으로 철저히 나의 본질을 보고 알아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나를 괴롭히는 생각과 행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둑해진 무력 숲 속 길 한 가운데에 뱀처럼 보이는 기다란 무엇가가 늘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자. 멀리서 그 것을 보고 순간 당황하고 무서워 할 것이다.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무언가 길게 늘어져 있으니 괜히 지나다가 물리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겨 걸음을 주춤하게 된다. 두려운 마음에 조금씩 다가가 가만히 살펴보니 누군가 길에 버린 짧은 수도 호스 토막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마음은 금새 두려움에서 안도감으로 바뀐다. 모를 때는 공포심이었지만 아는 순간 공포심에서 벗어나 안도의 마음이 확 생겨버린 것이다.
또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도대체 어떻게 요리를 하였기에 이렇게 맛이 있나 하고 주방에 들어갔다가 주방의 불결함에 소스라치게 놀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먹을 때는 맛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불결한 곳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 마음은 바뀌어져서 혐오감이 마음을 지배하게 된다. 억지로 그런 마음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실을 알았다는 그 자체로 마음은 변화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명상을 통하여 모르던 나의 본질과 세상의 본질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은 변화되기 마련이다. 억지로 훈련시켜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통찰 및 자각능력 키우기 명상은 어떤 대상에 마음을 오래 집중하거나 한 생각을 오랫동안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냥 아는 것에 비중을 두며 아는 마음이 습관화되면 자연스럽게 힘도 커지고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점점 아는 범위와 깊이가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잡생각이 많이 난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그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생각에 매몰되어 휩쓸려 가지 말고 그저 구경꾼처럼 지나가는 생각들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냥 바라보는 것도 테크닉이 필요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전략을 세우고 싸움에 임하듯이 나를 의식하는 명상에서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자각능력을 키우고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한다면 더 빨리 수행의 진보를 이룰 것이다.
효과적으로 나를 의식하는 기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작정 아무거나 있는 그대로 의식 하기보다는 알아차리기 쉬운 특정한 대상을 정해 놓고 그것부터 차근차근 의식하는 것이 더 좋다. 대상이 수시로 바뀌면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고 금방 지쳐버리게 된다. 그러나 어떤 기준이 되는 대상이 있으면 자신이 어느 만큼 알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쉽고 하나 만 생각하면 되니까 한결 수월해진다.
나를 의식할 때 의식의 대상으로 크게 네 범주로 나 눌 수 있다. 첫째가 몸의 형태나 움직임 등이다. 앉아 있는 모습이나 서 있는 모습, 움직이는 전체적인 형태 등을 주의를 기울여 아는 것이다. 또한 더 세부적으로 머리카락, 눈, 귀, 남자, 여자, 손, 발, 내장, 피, 침, 대소변 등의 모습을 아는 것이다. 모습 뿐 만 아니라 몸과 관련된 동작이나 움직임 등도 의식의 대상이다. 호흡할 때 배나 가슴이 움직이는 모습, 차 마실 때 손의 움직임, 걷는 행위, 손, 발, 입 등 신체 움직임의 전부 다이다.
두 번째 대상으로 느낌과 감정을 자각 한다. 차를 마시며 나 자신을 가만히 느껴보다 보면 우리 몸에서는 항상 어떤 느낌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느낌의 범주로는 좋은 느낌, 좋지 않은 느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느낌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몸에서 생기는 덥고 춥고 고통스럽고 간지러운 느낌 등과 차의 맛과 향, 색깔에 대한 느낌 등이 있다. 정신적으로도 항상 어떤 감정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것도 좋은 감정 상태, 좋지 않은 감정 상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감정 상태가 있다. 예를 들자면 기쁨, 슬픔, 웃음, 분노, 만족감, 불안, 들뜸 등이다.
세 번째 의식의 대상으로는 마음 또는 의식 작용이다. 무언가를 볼 때 또는 차를 마실 때‘내’가 보는 것이며 ‘내’가 차를 마시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것을 볼 때 본다고 아는 것, ‘내’가 화를 내고 있다고 아는 것 등이 ‘내 마음 또는 의식 작용’을 아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이 혼동하거나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낼 때 화 그 자체는 감정이다. 감정이기 때문에 만약 화가 나서 부글거리는 마음의 상태를 알고 있으면 두 번째 느낌과 감정의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한다’를 알고 있으면 이 것은 ‘마음과 의식 작용’을 아는 것이다. 행위 또는 생각의 의도나 주체에 초점을 두면 마음과 의식 작용을 아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자신이 망상을 피우거나 상상하고 분석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때 자신의 이러한 상태를 알면 마음 및 의식 작용의 범주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망상을 일으켰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기준 되는 의식의 대상으로 바로 바꾸지 말고 망상하는 것 자체 또한 자각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냥 망상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망상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다시 본인이 정한 기준이 되는 대상으로 돌아와 의식 하기를 계속 하면 된다.
넷 째 의식의 대상으로는 생각과 사유하는 것의 내용이다. 우리가 머리 속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 그 생각의 내용이 또한 자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일으켰구나를 알고 있을 때 행위 하는 나의 의도에 초점을 두면 ‘마음과 의식 작용’을 자각하는 것이고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면 이때는 ‘생각의 내용’을 자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망상 피는 것을 예로 들었는데 망상의 내용은 생각의 대상 범주이고 망상하는 행위와 의도는 마음 및 의식 작용 범주이다.
어떤 것이던지 이것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는 생각 없이 그 때 가장 강하고 뚜렷한 대상을 택해 의식 하면 된다. 대상을 네 가지로 나누는 이유는 어떤 것을 의식하여야 될지 처음에는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별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의식되어야 할 대상이다.



내가 나를 의식할 때 의식되는 대상을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보았는데 이 네 가지는 결국 나를 깊이 알아 들어가는 문이라고 보면 된다. 어느 문을 통해서든 내 내부의 근본 느낌을 체험하게 해준다. 내 내부의 근본 느낌을 의식하거나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되면 통찰의 단계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처음 나를 의식하기 시작할 때는 4가지 의식의 대상들이 잠깐 동안, 그러면서 얕게 의식된다. 자주 나를 의식하는 것이 끊기게 되어 실망을 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단정 짓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큰 부담 갖지 말고 그저 일상의 생활을 자주 의식하도록 습관을 들이면 좋다. 가볍게 즐기듯이 하면 명상이 안 되었다고 해서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집중적으로 진지하게 나를 의식하는 기능을 키워주는 시간을 가지면 더욱 효과적이다. 차를 마시며 산책하며, 청소하며, 아니면 잠자기 전에 잠간의 시간을 내어 명상하게 되면 일단은 훈련의 효과는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일정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의식하는 기능이 달라질 것이다. 이 기능은 육체적 훈련과 같아서 매일 조금씩 연습하게 되면 분명히 변화가 찾아오며 그 변화는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나를 의식하는 기회나 시간이 더 많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녁에 조깅을 할 때 처음에는 500미터도 한 번에 달리지 못한다. 하지만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늘려나가면 한 달 사이에 1000미터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한 달 연습했다고 갑자기 마라톤 선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체적 기능의 변화는 있었다. 나를 의식하는 명상도 마찬가지로 그 힘과 지속 시간이 조금씩 변화되며 이러한 변화가 쌓여 어느 순간 통찰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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