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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명상·수행 > 명상 > 차 명상법
 
작성일 : 06-10-26 14:15
의식의 확장 명상
 글쓴이 : 지장스님
조회 : 2,938  
의식의 확장 수행법

명상은 결과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의도적으로 특정 마음을 만들어 내고 그 마음을 가득 채워 나가며 마음의 힘을 키워 나간다. 사람에 따라 기질이 다르다. 자신이 일으키기 쉬운 마음을 만들고 그것을 더 확장시켜 나가면 된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는 기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는 차 마시며 효과적으로 마음을 넓게 확장시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 방법을 잘 활용하면 차 마실 때뿐만 아니라 음식 먹을 때, 어떤 물건을 사용할 때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고마움의 감정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므로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가지게 된다.

절에서 공양을 하기 전 스님들이 짧게 읊는 게송 중에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공덕을 생각할진대 이 음식을 먹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생각하면서……’ 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내가 먹을 음식이 지금 내 앞에 있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음을 명심시키기 위해 지어졌다. 또 그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이 음식을 약으로 삼아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게송을 하고 있는 동안 짧지만 순간적으로 들판에서 논농사를 짓는 농부에서부터 운반 및 가공, 판매, 최종적으로 직접 요리하는 분들, 음식을 위해 시주해 주신 분 등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이 음식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한다. 그리하여 음식 먹는 동안이라도 더 바짝 수행심을 일으키고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차도 마신다면 차 한 잔은 실로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 평상시 마음의 여유와 담소의 매개체로 차는 좋은 역할을 한다. 차를 한 모금 삼키는 짧은 순간 동안이라도 차 맛을 느끼도록 해준 모든 존재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직접적으로는 집중력과 직관력이 향상된다. 더 나아가 자신과 주위 모든 존재들의 관계에 대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차 한 잔에 우주의 진리가 어떻게 담겨져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

인위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일으켜 그 생각을 지속시키기 때문에 집중력 훈련이 된다. 차 맛을 느끼는 동시에 관련된 수많은 존재들을 떠올리기 때문에, 즉 하나로 여러 가지를 동시에 인식하기 때문에 직관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의식의 확장 명상은 차를 마시면서, 음식을 먹으면서, 또는 음료나 물 등을 마시면서 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옷을 입을 때나 물건을 살 때 쓰레기를 버릴 때 등 여타 일상생활에까지 넓힐 수 있다. 차를 마시면서 하는 것은 시간적 여유와 한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가장 적당한 방법이다.

차 한 잔을 정성스럽게 우려 낸 후 잔 받침을 받치고 자기 앞에 놓는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 명상의 시간을 가진 다. 천천히 잔을 들어 두 손으로 잘 받쳐 든다. 잔을 천천히 움직여 입에 댄다. 부드럽게 잔을 기울여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기 전에 의식의 확장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차 맛을 느끼는 순간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차가 입에 가까이 다가오면 향기가, 입 안에 들어온 순간에는 차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차 맛이 입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차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짧은 시간 지속되다 희미해진다. 차 맛을 느끼는 시간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차 맛을 느낄 때 차 맛에서 온 우주로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에는 가까운 부분까지만 의식을 확장해 본다. 의식을 확장하는 방법으로는 차와 연관된 존재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제일 먼저 지금 이 순간 차 맛이 있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가장 가까운 부분부터 생각한다. 물과 찻잔과 차 그리고 차 맛을 느끼는 내 혀일 것이다. 단순히 차 맛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 기본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성립해야 차 맛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최소 조건 또한 자기 스스로 있지 못하고 누군가의 노력과 도움에 의해서 존재하게 된다. 먼저 차 맛을 느끼는 사람을 기준으로 의식을 확장해 보자.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를 낳고 길러 준 부모가 필연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 부모 역시 본인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그들을 낳고 길러 준 또 다른 부모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들의 부모, 또 그분들의 부모……. 이렇게 수많은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 의식을 확장할 수 있다. 부모만 있다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숨을 쉬어야 하고 음식과 물을 먹어야 한다. 몇 분 동안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우리가 평소 의식하고 살지 못하지만 공기와 물은 우리의 존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공기 또한 자기 스스로 있지 못하고 여러 자연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 태양과 물, 식물의 도움을 받아 공기는 생성된다. 인간은 동시에 식물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제공해 준다.

공기 외에도 우리 인간이 디디고 살 땅이 있어야 한다. 땅이 있어야 집을 짓고 잠을 자고 걷고 생활할 수 있다. 매일 당연하게 여기며 쳐다보는 태양도 우리가 존재하는 데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는 몇 가지 정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나와 상관이 없어 보여도 내게 꼭 필요한 어떤 것들을 존재하게 해 준다. 따라서 전부 있어야 할 것들이고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태양, 땅뿐만 아니라 이 모두가 있기 위해 우주라는 공간이 또한 필요하다. 거창하게 우주에까지 의식을 확장하지 않고 우리 주위로만 의식을 돌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옷도 필요하고 집도 필요하고 음식도 필요하다. 또 이런 것들을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있기 위해 또 다른 존재들이 있어야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생활해 나가기 위해서는 나라도 있어야 하고 군대도 있어야 한다. 기타 여러 조직과 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차 맛을 느끼는 사람 중심으로 의식을 확장해 보아도 온 우주에까지 이른다. 사람이 아니라 차 그 자체를 중심으로 봐도 마찬가지이다. 차는 차나무가 있어야 하고 차나무는 씨앗을 만들어준 어미 나무가 있어야 한다. 또 자라기 위해 땅과 물과 햇빛과 공기, 자양분 등이 있어야 한다. 땅과 물과 햇빛이 있기 위해서는 우주가 있어야 한다. 차나무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사람과 동물이 있어야 한다. 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차뿐만 아니라 찻잔 중심으로 의식을 확장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이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깊은 연관과 의존 속에 살아간다.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 이외의 모든 존재가 알게 모르게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 존재들 또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 줘야 한다.

차 한 잔을 들며 의식의 확장 명상을 하게 되면 한 잔의 찻잔 속에 온 우주가 다 딸려 들어옴을 알게 된다. 동시에 나의 의식이 온 우주로 확장됨을 경험한다. 이런 의식의 확장을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깊은 관계에 있으며 각각의 존재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존재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전체를 생각하는 사고로 의식이 전환된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또한 차 맛을 느끼는 짧은 순간 눈앞에서 온 우주로, 온 우주에서 다시 내 안으로 의식을 넓혔다 줄였다 하면서 집중력 및 직관력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된다. 순간 의식이 온 우주로 퍼져 나가는 것을 경험하면 탁 트인 시원함과 상쾌함, 깊은 충만감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길러진 집중력과 직관력은 다른 명상에 큰 힘이 된다. 이 자체로도 자기 발전을 가져오므로 훌륭한 명상법이 된다.

이 명상법에 숙달돼 감사의 마음으로 내 마음과 우주를 가득 채우고 그 상태를 지속시킬 수 있으면 본격적인 삼매에 들어가는 것이다.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온 우주로 의식을 확장시키고 역으로 온 우주의 존재를 차 한 잔에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뿐만 아니라 다른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이용해 의식을 확장하는 명상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아침에 밥상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먹어 왔던 음식을 보면서 잠시나마 이 음식이 세상을 대표해서 지금 내 앞에 있음을 헤아려 보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한 입 한 입 의미를 두고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자판기 커피 한 잔도 단돈 몇 백 원의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대표해서 있는 것이라는 것을 헤아려 보며 마실 수 있다. 신발 신을 때, 옷 입을 때, 과일 먹을 때 등 물건이나 사람, 우리가 보고 만나게 되는 자연 환경 등을 대상으로도 의식의 확장 명상법을 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야 가능한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매 순간 이렇게 의식을 확장해 색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기는 불가능하다. 그냥 대표적으로 차 마시는 순간, 커피나 물 마시는 순간만이라도 기도하는 셈치고 이 의식의 확장 명상법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이 자체로도 내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훌륭한 명상법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과 직관력이 커져 자각력 키우기 명상과 집중력 키우기 명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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