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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7-23 00:17
명상과 차의 정신 2
 글쓴이 : 지장스님
조회 : 2,024  
2)경(敬)

和란 물질적, 정신적 평화의 상태이며 이 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 덕목이 경(敬)이다. 인간관계에서 和란 서로 화목하게 어울리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 때 서로간의 존경이 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敬은 사람만을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차한잔을 마실 수 있게 해준 삼라만상 모든 존재들까지도 존경하는 것이다.

존경의 의미 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위해 敬은 마음을 올바로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철학의 대가 퇴계 이황 선생은 말년에 당시 17세의 선조를 위하여 자신의 학문적 경지를 10개의 도식과 해설로 집약하여 상소문의 형태로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지어 올렸다. 이 성학십도는 퇴계 사상을 총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성학십도의 핵심은 바로 경(敬)사상이다. 열 가지 도해 속에 ‘심학도설’에 “한 몸(一身)을 주재하는 것은 마음(心)이며 한 마음(一心)을 주재하는 것은 경(敬)이다” “敬은 생각과 배움에 다 요구되며, 움직일 때나 고요히 있을 때나 일관되게 요구되는 태도로서 인간의 안과 밖을 합치시키는 것이며 마음의 원리(微)와 현상(顯)을 통일시켜 주는 것이다.”(이광호역. 성학십도. 홍익출판사. 2005. p150) 라고 하였는데 지극히 공경스런 한마음으로 매사에 깨어있는 것이 성인이 되는 길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극히 공경스런 마음으로 바짝 깨어 있는 상태를 敬이라 한다면 이 상태는 불교 수행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교에서는 ‘깨어 있다’라는 의미로 \'sati\'라는 말을 쓰는데 한문으로는 념(念)이라고 번역한다. 이 깨어있음은 불교 수행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팔정도(八正道)에서는 정념(正念 올바른 알아차림)이라고 표현된다. 자각, 알아차림, 마음챙김, 깨어있음이라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sati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통찰해 가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명상 수행 전반에 걸쳐서 기능을 한다. 『청정도론』에서도 그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마음챙김(sati)은 모든 곳에서 강하게 요구된다. 왜냐하면 마음챙김은 들뜸의 경향이 있는 믿음· 정진· 지혜에 대해 들뜸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며, 게으름의 경향이 있는 마음집중에 의해 마음이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음챙김은 모든 종류의 맛을 내는 데에 소금과 향신료가 필요하듯 , 왕의 모든 일에 대신이 관여하듯, 모든 경우에 요구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존께서 마음챙김은 모든 경우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마음은 마음챙김에 의지해 있고 마음챙김은 감각기관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나며 마음챙김이 없으면 마음이 노력하는 것도 조절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정원 역. 위빠사나 수행. p146)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불교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한 가지는 삼매 명상법으로서 불안하고 불만족해 하는 자신을 잊고 다른 어떤 대상에 깊이 몰두함으로 해서 평온을 체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집중력과 정신력을 강화시켜주기는 하지만 마음의 평온은 깊이 몰입되어 있을 때만 지속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통찰 명상법으로서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실재하고 있는 나 자신을 꿰뚫어 관찰하는 방법이다. 불만족하고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직시해야 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답답하고 괴롭지만 나를 올바로 이해하고 나면 불안하고 불만족하게 하는 요소가 현전히 줄어들어 근본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통찰 명상법에서 핵심기능을 하는 sati는 지극히 깨어있는 상태로 대상과 완벽히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차생활의 敬정신을 설명하는 또 다른 말이다.

차생활을 하며 이 敬을 실천하려 한다면 찻자리를 준비하고 차를 우리고 또 차를 마시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 있어 매 순간순간 깨어있으면서 동작이나 느낌,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매 동작동작마다 모든 존재들에 대한 존경과 깨어 있음이 자리할 때 바로 그 곳에서 敬정신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敬정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차명상 방법으로는 차마시며 의식 확장하기 명상법이 있다.(의식의 확장 명상법 참조) 이 방법에서는 차맛이 존재하기 위해 있어야 할 모든 존재들을 살펴보고 차맛을 느끼는 동시에 이렇게 맛볼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온 세상을 향해 전한다.

존경과 감사는 또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믿음은 판단이나 분별없이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믿음은 종교 생활에서 제일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명상에서는 집중력과 함께 강하게 대상과 하나가 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통 집중은 어떤 대상에 몰두함을 말하며 믿음은 대상을 온전히 받아들임을 말한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마음과 대상이 하나가 되는 상태는 매 한가지다. 차생활을 하며 순간순간 느껴지거나 경험되는 모든 과정을 믿는다는 형식으로 받아들이면 더 강력하고 밀접하게 알려고 하는 대상과 하나의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이것’에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해답이 제시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믿음이 작용하게 하면 각자의 종교 생활도 한층 더 활력이 생길 것이다. 명상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믿음은 화목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기본 덕목이므로 믿음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믿음은 신념과도 같은데 명상 수행에서 신념이 없거나 적으면 기타 다른 요소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요소에 포함된다. 명상에 대한 신념은 명상 수행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명상 수행에서 어떤 효과와 진보를 원한다면 당연히 강한 의지와 의욕이 충만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강한 의지와 의욕 즉 신념은 계발되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해 한 번 생겨났다 해서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성시켜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내부나 외부에서 좋은 자극을 받아 이 신념이 약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생활을 통해 좋은 만남을 자주 갖고 훌륭한 선지식을 찾아 유익한 말씀을 자주 듣는 것도 한 방편이다. 초의차명상원(www.teanm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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