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사님께,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너무나 훌륭한 편지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피터는 프랑스에 있어요. 그가 너무 그립지만 곧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받고 있습니다. 저와 부모님 사이의 갈등 관계를 말씀드리려 하니 편지를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와 어머니 사이에는 아무래도 악연이 있는 것 같고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아시는 바처럼 저희는 유대인 가족입니다. 이것은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죠.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꼭 필요할 때만 유대교 교회를 다니셨고, 아버지도 성가대의 독창자였지만, 마음 한구석에 당신만의 믿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성장하여 집을 떠난 후에는 유대교회에 다니지 않았고, 본질적으로 유대교의 교리에 대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믿음을 가지지 못한 것은 제 머리카락이 갈색이듯이 저의 여러 가지 배경을 보면 당연한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제 남동생은 모두 유대인이 아닌 배우자를 선택했는데 부모님과 특히 외가에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도 부모님께서 남편인 피터를 맘에 들어하셔서 결혼을 허락하셨죠. 하지만 친구분들께는 저희의 결혼을 알리지 않으셨습니다.
부모님은 저희 둘과 함께 유대교 교회에 나가시며 행복해하셨지만 사실 부모님과 함께 그 곳에 가는 것은 전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와 어머니 사이의 그리고 두 부모님 사이의 악업으로 모든 상황이 그토록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불교에 귀의해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모님께는 아주 고통스런 일입니다. 저는 부모님께 불가의 오계(五戒)를 받아 들였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습니다.제가 가족을 떠날 때 이미 제가 불교에 입문했다는 사실을 아셨지만 말입니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다른 종교에 마음을 닫고 살아왔으며, 어떤 유대인이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면 그를 이단으로 여겼습니다. 부모님께 당신들께서 믿고 있는 신(神)에 저항하기 위해 다른 종교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설명 드렸지만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제가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받으시고, 그 사실을 창피해하시는 겁니다. 부모님은 저를 잘못 키우셨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저를 잘 키웠다면 훌륭한 유대인을 남편으로 맞아 결혼하고, 많은 유대인 자손들을 낳아 기를 것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그렇기 때문에 피터처럼 훌륭한 사위를 맞은 것을 기뻐하기보다, 제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뻐하기보다, 제가 어느 때보다 훨씬 잘 지내며 행복하다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보다, 당신들이 무엇을 잘못 하셔서 딸아이가 참선 수행에 열중하는 가 하고 자문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러한 부모님의 감정은 역시 저희의 결혼식 문제에 부딪혀 바로 드러났습니다. 그 분들은 저희가 불교 의식대로 결혼식을 한다고 하니 몹시 노여워하셨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제 결혼식에 오시지 않을 겁니다. 그토록 화가 나셨으니 오지 않는게 당연하겠죠.

부모님께서는 다른 식의 결혼식을 바라고 계시고, 굳이 저희가 꼭 불교식으로 결혼을 해야 한다면 그 예식 전에 두 분께서 바라시는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는 불교적인 결혼식을 반드시 먼저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절실하기에 부모님의 의사를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와 피터는 오는 3월에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평화로운 결혼실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어머니께서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노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딸로서 어머니께 당연히 결혼식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제가 참선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을 설명하러 애썼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해하셨지만 그 외에는 누구도 제 말을 듣는 것조차 피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전통에 어긋난 일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니까요.

전통에 어긋난 일은 불온의 씨를 뿌린다고 믿고 있으니 듣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위험한 일일 겁니다.
저희가 비록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격식을 갖춘 결혼식을 올리지만 스님을 모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진정 불교의례에 맞춰 결혼식을 가질 수 있으니 영광스럽습니다. 이 곳에서 수련하고 있는 다른 수행자들도 스님께서 참석하실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가족의 문제로 인해 이토록 엉망이 되어 있어서 죄송합니다.
빨리 마음을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오늘밤 참선하는 동안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제 자신에게 아직은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리베케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