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에게,

편지 주어서 고맙구나. 잘 지내니?
백일기도를 마쳤고, 하루에 천 배를 하는 것이 매우 훌륭한 수행이었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너의 여자 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그로 인해 지금은 좀 더 행복하다는 말을 했지. 그런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 오랜 시간을 보냈다구?
지금은 선원과 떨어져 많은 시간과 정력을 보내는 걸 원치않는다는 말과 함께 궁극적으로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스님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했지?
모두 훌륭한 생각이다. 네가 정한 길은 매우 청정하며 견고하다.
그리고 네게는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잖니. 그래서 너의 삶은 매우 맑은 것이며 그런 인연 때문에 스님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무척 드물고 놀라운 결심이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스님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스님이란 어떤 사람인가?
스님이란 모든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남을 돕고 사는 사람들이다.
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명확한 방향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마음 깊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세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원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스님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불명할 것이다. 만일 중생을 구제하고자 한다면 스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네 답이 결연하지 않다면 출가를 한다 해도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이 세상도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중생을 제도하고 싶어하는 마음과는 달리 상반되는 욕심에 시달릴 수도 있다. 가령 홀륭한 직업, 좋은 사회적 위치, 재력을 가지고 싶어할지도 모르고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갖고 싶을 수도 있다. 네가 자신을 위한 일말의 욕심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스님이 되기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포교사가 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면 출가를 하지 않고도 이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행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위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중생만을 위할 수 있다면 스님이 될 수도 있다. 스님이 되면 여자와 잠자리도 할 수 없고 술도 마실 수 없으며 자신이 항상 바라는대로 살 수 없단다. 뿐만 아니라 250가지가 넘는 계율을 지켜야 하며 스님들 사이의 위계질서를 따라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일말이라도 "결혼을 한다면 좀 더 좋을지도 모르지"라는 마음이 든다면 출가 수행은 옳지 못하다. 결혼과 같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너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비구니가 되고 싶어하던 한 여인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잇다. "진실로 비구니가 되고자 한다면 비구니가 되어라. 하지만 일말이라도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면 비구니가 되지 말아라." 진실로 스님이 되고 싶어 출가 생활을 시작한 이들도 상황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기도 한단다.
"아, 승려 생활은 따분해. 이 생활이 싫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러니 일말이라도 주저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작한 바로 다음날 포기하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포기한다면 사는 동안 내내 후회할 것이니 아예 스님이 되지 않는 편이 낫지 않겠니?
만일 진실로 출가하고자 한다면 내게 이야기하렴. 내가 친히 네 머리를 삭발해 줄 것이다.

삭발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머리카락을 일컬어 "무명초(無明草)"라고 하셨다. 머리카락이 길다면 무명도 긴 것이다. 머리카락이 있는 한 항상 겉모습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면 "아이구, 지저분하잖아. 빨리 감아야겠다" 하고 생각할 것 아니냐?
원하는 대로 머리를 만지는데 그토록 많은 신경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쏟는 것이다. 출가한다는 것은 모든 인연을 버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에 신경을 계속 쓴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니 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스님들의 삶이란 오로지 중생들을 위한 것이라 머리카락 따위는 전혀 필요치 않다. 하지만 포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삭발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 머리를 깎을 것인가, 말 것인가 또는 승려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렴.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마음 속에 있는 머리를 모두 깎을 수 잇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겉으로 우리가 맞는 상황이 분명해진다.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을 간직하면 너도 스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이따금 일시적인 충동으로 출가할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성 친구와 헤어졌거나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지. 이러한 사연은 스님이 되고자 하는 이유 중 가장 옳지 못한 것들이다.

만일 순전히 감정 때문에 출가를 하고자 했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닥칠 때마다 그 느낌이나 상황이 변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스님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지.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이 승려 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일 네가 스님이 되고자 한다면 그 의지가 강해야 한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가슴 깊이 믿어야 한다. 다음으로 마음이 청정해야 하는데 그럼으로써 스님이 되고자 하는 네 삶의 방향 또한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의지력과 지적인 마음과 감정적인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감정이 생기더라도 네 마음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네 삶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며 중생을 번뇌로부터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묻겠다. 너는 얼마나 승려가 되고 싶은가?
감정적인 마음은 얼마나 강한가?
지적인 마음은? 넌 이미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네 진정한 자아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말이라도 믿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 의심이 너를 목조르고 승가의 계율을 네 마음에서 날려 버릴 것이다. 그러니 일말이라도 주저하는 마음이 있다면 스님이 되고자 애쓰지 말아라. 알겠지?
네가 "오직 모를 뿐"이라는, 텅빈 공간 같은 청정심으로 올바른 길과 진리 그리고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찾아, 깨달음을 얻어, 번뇌하는 중생을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