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사님께,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지금 한국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 두 분과 함께 서울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여기는 호놀룰루인데 내일 동경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하와이 소재 일본 대사관에서 두 스님이 일본에서 2개월동안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내주지 않아 한국으로 가는 길에 15일 동안만 머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사관 직원들이 몹시 불손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냥 웃어 버렸습니다.

두 스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것이 저에게는 고된 수행입니다.
떠나기 전에 링크가 저에게 이렇게 범상치 않은 스님들은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맞았습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구니 스님들께서 고통받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두 분 중 사제(師第)스님은 항상 조금은 침울해 보이고, 사형(師兄)스님은 몸이 아프셔서 고생하고 계십니다. 그 분들께서 외국을 다니시는 계획이 늘 조금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서 각지 다른 상황에 대처하는 그 분들의 행동이 스님된 도리에 맞지 않는 것같습니다.

이 두 분처럼 우리가 말하는 "고된 수행"을 행하지 않는 스님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제게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들은 수행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분들의 업이라면 그저 그 분들이 하자는 대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는 곳과 하는 일들이 스님들에게 즐거울 수 있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분들을 따라다니면서도 그 분들의 신경에 거슬리지 않고, 저만이라도 "올바른" 행동을 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보고 듣는 모든 것에 대해서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이 그 모든 것을 날려 버립니다.
그러니 그 분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고된 수행 아니겠습니까?
제 마음도 평소보다는 잡념이 덜한 것 같습니다.

경치를 구경할 때는 경치만 구경할 뿐이었습니다. 하와이는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이곳 호놀롤루에 있는 사찰은 매우 협소하며 아직 불사(佛事)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3~4백 명의 신도들이 동참해서 물건을 사들이고, 한국식 사찰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곳엔 활력이 넘치고 있으며, 그들이 계획한 바를 이룰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가야겠습니다.
신도 분들께도 안부 전해주시고, 스님도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스님이 편찮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몸의 아픔에 연연하지 않는 스님의 모습은 제게 훌륭한 가르침이며, 그러한 가르침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무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