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랙에게,

편지 잘 받아 보았다.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진정으로 스님이 되고자 한다고? 훌륭하구나.
지금 당장은 네가 진심으로 스님이 되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 마음은 앞으로 차츰 줄어들 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니?
그리고 네가 온 마음을 다해 출가하겠다는 뜻을 어떻게 입증해 보이겠느냐?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내가 주었던 만법에 관한 공안의 네 대답은 좋았다.
그런데 어떤 이가 위대한 선사인 조주 스님에게 그 공안을 냈더니 스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내가 청주에 있을 때, 옷을 한 벌 지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 되더라." 자, 같은 공안에 대한 네 대답과 조주 스님의 대답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이냐?
다음으로 부처님의 머리에 재를 턴 이야기를 담은 공안에 대해서는 네가 "나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마음은 이미 훌륭하다. 앞으로도 그저 솔직하여라.
그런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은 너에게 훌륭한 답을 줄 것이다.
네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청정심으로 공안을 빨리 풀어서 깨달음을 얻어 번뇌하는 중생을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