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랙에게,

편지 주어서 고맙다. 어떻게 지내느냐?
참으로 스님이 되고자 한다고? 그 말을 내가 어찌 믿겠느냐? 그것이 문제다.
출가하여 수행하고자 하는 이들은 백이면 백, 모두 너같이 이야기를 하지.
하지만 스님이 되고 나서 일이 년이 지나면 다시 머리를 기르더구나.
스님이 되고 되지 않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네가 진정으로 승려가 되고자 한다면 우선 오계(五戒)를 받고, 일 년간 사찰에서 생활해야 한다. 만약 속세에서 생활하고자 한다면 이 년을 그렇게 지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법사(法師)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사찰에서 행자생활을 마치고 나면 사미(니)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진정으로 스님이 되고자 한다면 이러한 과정에 입문하도록 하여라.

다음으로 "만법귀일 일귀하처" 라는 공안에 대한 네 답은 아주 훌륭하지만 나는 네 말을 믿지 않는다.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 말해 보렴.
만일 답을 모른다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오직 모를 뿐" 이란 마음으로 들어가라.
알겠니? 네가 "오직 모를 뿐" 이란 청정심으로 생사의 대업을 풀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

(이 답장을 받은 머랙은 결국 출가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