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에게,

편지 보내주어서 고맙구나. 너와 네 가족 모두 안녕한지 궁금하다.
네가 매일 참선하고 올바른 수행을 하고 싶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버몬트주 의회에 관해 기사를 쓴다고?
훌륭한 직업이구나. 네가 참선한다면 아마 네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세상엔 예리한 것이 세가지 이다. 그 세 가지는 펜촉과 혀(舌), 그리고 칼인데 그 중에서 가장 예리한 것이 펜촉이란다. 펜으로 쓴 글은 혀도, 칼도 뚫을 수 없는 곳을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 중 칼이 가장 무딘 것이다. 너는 이미 펜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훌륭한가! 그것으로도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펜으로도 뚫을 수 없는 곳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위대한 진실과 위대한 자비심을 가진 선(禪)의 요체를 말한다. 다른 요체들은 나타났다가 사라지지, 그런 것들은 필요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선이란 그 어떤 가르침보다도 우선하는 것이며 결코 흔들리지 않는, 순수하고 명확한 요점이다. 그렇기에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단다. 네가 하루속히 그 선의 가르침을 터득하여 번뇌에 빠진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이 세상에 평화를 구현하기를 바란다.

이전에 네가 무엇을 위해 참선하느냐고 물었고, 너는 그에 대해 세가지 이유로 답했다. 하지만 그 답변은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단다. 그 이유를 말하는데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선이란 혼란 스런 마음을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일 네가 간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곳에서도 방해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네가 참선한다는 것은 곧 자신을 깨닫는 것이요,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의 대답은 "나는 여기에 있고 그것들은 저기에 있다"는 식이니 그런 마음을 고치지 않는다면 진리를 구할 수 없게 된다.

진리를 구하고자 한다면 마음을 바꿔야 한다. 어떤 이의 사상을 공산주의로 바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의 겉모습만을 바꾸는 것이지만 선은 마음의 안팎을 모두 바꾸는 힘이 있다. 그렇게 네마음이 새로 태어난다면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다. 마음의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하늘은 푸를 것이요, 숲은 푸르고 설탕은 달 것이다. 네가 무엇을 하는 동안은 오로지 그 일에 정진해야 한다. 돌과 하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것을 깨닫는다면 이미 평화로울 것이요, 완전한 자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시각각 올바른 상황을 간직하는 일이다. 세상의 정치인들이 이러한 정신을 갖고 있다면 이 세상에는 싸움도 번뇌도 없을 것이며, 위대한 보살의 가르침을 따라 서로서로 도울 수 있을 것을. 그들은 대개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어서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 낸다. 너는 그러한 정치인들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너의 펜을 쓰길 바란다.

너는 이미 참선하고 있는 이유를 말하였다. "제 사무실 창밖의 거리로 차들이 지나갑니다. 지금은 2월 27일, 월요일 오후 2시 30분입니다. 이제 회의에 가야겠군요." 훌륭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았을까? 시위를 떠난 화살은 이미 시내를 벗어났거든. 다시 한 번 물으마.
너는 무엇을 위해 참선하는가? 대답해! 대답하란 말이다!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단 한마디가 중요한 것이다.
네가 보낸 시는 매우 훌륭했다. 답시를 적는다.

밤거리에서
개들이 짖고, 차들이 지나간다.
대도시의 절에서 법을 설 했지만 이미 십만 팔천 리-
노래하는 강물 너머로
잡초들 고개를 숙이네.
내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저 강물처럼 노래하고 노래하라.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