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사님께,

안녕하십니까? 동부로 가셨다니 지금 어떠신지요? 스님, 뵙고 싶습니다!
그 곳에서 열릴 7일간의 용맹정진을 무사히 마치시길 바랍니다.
만물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기이합니다. 때로는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도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 세상의 모든 청소기를 동원한다 해도 제 마음이 맑아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스님께서 이끌어주신 용맹정진을 끝내고 나서는 기분이 맑습니다. 하지만 이틀전에는 갑자기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심지어는 때리려고까지 했습니다.

다섯 주 동안 세 차례나 용맹정진에 참여하여 매일 참선하고도 그렇게까지 화를 냈다니 끔찍할 뿐이었습니다. 그만한 사소한 일에 화를 내다니! 저는 제 방 침대에 옆드려 자신에 대해 절망한 채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희한한 생각이 들더군요. 운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그 아이를 나무란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말며, 이제는 그 아이의 환경과 업(業)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제 아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그 아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했으며, 친구들은 문제아들이며 그저 재미만을 좇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 아들은 전학을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그 모든 시도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아들에게 졌죠, 사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옳은"것인지 몰랐고, 혹시 그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 아이가 찬성하든 말든, 그리고 저를 미워하든 말든 더 좋은 학교로 전학시켜야겠습니다. 이제 부모의 책무를 "혼신을 다해"지키려 합니다. 설령 제 방식이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이 있는 부엌으로 가서 이 모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은 정말 놀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제 아들이 저를 그토록 화나게 만들지 않도록 가르칠 것입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처음에는 큰 소리로 안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아들의 생각을 부정하기보다 한 번 해 보자고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네가 잃어 버릴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설득했습니다.
사는 동안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지 못하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젯밤 참선하기 바로 전, 아들은 제게 마음을 바꾸어 새로운 학교로 전학 가 그 곳이 어떤가 한 번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스님,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처님 이마에 담뱃재를 털다" (마음의 양식 제6문)라는 화두가 많은 숙제를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선원에 와서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뿜어내고는 부처님의 머리 위에 재를 떨었다. 만일 그 곳에 당신이 있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제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몇 가지 생각을 해보면, 스님께서 항상 "참선이란 자신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가르침을 되새기게 됩니다. 이것은 과거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 아들이 저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제 생각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바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아들을 향해 제 사랑을 전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아직 매사에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릴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제 아들은 자신을 깊이 생각하고 엄마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가슴 깊이 이해했으며, 제 뜻을 따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제 아들은 오늘 다른 아이가 됐습니다. 어제는 우리 모자 모두에게 전환점이었던 거죠. 이제 저는 스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다이애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