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사님께,

집필은 잠시 멈추고 가족들과 함께 휴가 중입니다.
어제는 바닷가에서 노는 동안 그곳에서 참선하고 있는 어떤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수많은 인파의 한가운데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마치 선사들처럼 좌선을 하더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니, 꼭 허세를 부리는 것 같아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남자는 벌떡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습니다. 물이 너무나 차서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 중 바닷물에 들어갈 엄두를 내는 이는 거의 없었고, 설사 들어간다 해도 법석을 떨며 금방 빠져 나왔습니다. 좌선하고 있던 그 사람 외에는 그 어는 누구도 몇 초 이상 그 속에서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는 물위에 떠서 20분 정도를 견디더군요.

마음속이 완전히 텅 비게 되면 차갑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얼음처럼 찬 물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제게는 그 바닷물이 너무 차가웠거든요 하지만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는 그런 능력을 지녀야만 하는 걸까요? 설사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그 같은 능력을 배워야 할까요? 진정 텅 빈 마음이란 무엇입니까? 아니면 지속적인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청정한 마음일까요? 저는 아직도 꾸준히 참선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청정심을 지키려 애쓰고, 때로는 실패하고, 생각하며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참선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그 길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지금 그 길을 따라 이 편지를 쓰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직 그 길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 수는 없습니다.따라서 아무리 그 길을 찾으려 노력한다 해도 결코 알 수 없겠지요.


4월에 케임브리지에서 조지 바우먼과 함께 했던 용맹정진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조지는 간결하고 직설적이며 옳은 말씀만 하시는 스님을 많이 닮은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오는 7월에 케임브리지에서 열릴 용맹정진에 다시 참석할 계획인데 그 때 스님을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번에 답장 빨리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좌선중이다. 왜?
아뿔사!
숲 바닥에 햇빛이 내리쬐니, 솔밭 위에 금빛 줄이 새겨지누나.

제가 바닷가에서 지은 시를 한 수 올립니다.

파도는 쉼 없이 바다에게 말하건만 바다는 말이 없구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댄들 덧없는 것을.
햇빛은 소리없이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이지만 세상은 결코 조용하지 않구나.
광활한 공간, 텅 빈 바다, 모래,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건만
나 홀로 번뇌에 잠겨,
바닷가를 서성이며,
진실을(아니면 그 무엇인가를)
어리석게 찾아 헤맨다.
내 앞에 펼쳐진 것은
조가비들과 모래,
파도 소리뿐인 것을.

메인 주 위스케셋에서, 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