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쥐에게,

편지 보내주어서 고맙다. 잘지내니?
편지에서 정신지체아들과 네가 보살피고 잇는 한 소녀에 관해 말했었지?
그 여자아이는 불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을 태워 죽이는 불나방과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약간씩은 불나방과 비슷하니 광기를 가진 셈이지.


내게 가르침을 받는 수련생 가운데 한 명이 유대인들의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단다. 며칠 전 어떤 사람이 방화를 했다고 하더구나. 경찰이 와서 왜 불을 질렀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나는 이곳이 싫어요" 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경찰에선 나중에 그 사람이 유대인이 경영하는 가게에만 불을 질렀느냐고 물으니까 그 사람은 "나는 유대인이 까닭없이 싫어요. 그래서 불을 질렀죠" 라고 하더란다. 미친 거지.

네가 보살피고 잇는 아이들이나 앞에서 말한 그 사람이나 모두 불나방 같구나. 그들은 어떤 것에 강하게 집착한 나머지 이유도 모른 채 되풀이해서 똑같은 일을 저지르니 말이다. 이와 같이 편협하게 한 길만 고집하는 것을 미쳤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넓은 마음으로 본다면 미친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가끔씩 미친 짓을 하겠지만 말이다. 만일 네 마음이 허공처럼 청정하다면 너는 지극히 멀쩡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연연하고 생각대로 행동하며 그러한 습관에 의해 조정당하기 때문에 똑같은 과오를 반복적으로 범하여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만일 네가 너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 상황 그리고 처지에 연연한다면 너 또한 불나방과 같은 것이다. 그것들을 떨쳐 버린다면 이미 삶과 죽음을 초월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언제나 올바른 상황을 지킬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다른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만일 굶주린 이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니? 어떤 이가 자해를 한다면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너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네 감정과 마음을 확인하지 말라. 어떤 것도 확인하려 하지 말고 그저 상대를 도와라. 네가 모든 잡념을 떨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간직한다면 올바른 행동이 뒤따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자 대비한 마음이며 위대한 보살이 가야 하는 길이다. 또한 그것이 바로 우리 수행자들 본연의 일이기도 하다. 만일 네가 이기적인 생각, 상황 그리고 처지에 얽매인다면 공명한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결국 "나"와 "그들"은 따로 있으니 그들을 어찌 돕겠는가?

네가 그 어떤 것도 만들지 않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너의 정신은 이미 완벽한 것이다. 주체와 객체는 따로 있는게 아니다. 안과 밖은 하나이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진실이다. 그럼으로써 너의 일상은 진실되고 언제나 모든 상황이 올바를 것이요, 이미 모든 이들을 번뇌로부터 구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네가 간직한다면 그 아이를 비롯해 네가 보살피고 있는 다른 정신지체아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 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위대한 보살의 서원을 지키고, 깨달음을 얻어 고통받고 있는 모든 중생을 제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