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너에게,

편지 잘 받아 보았다.
몇 명의 환자가 너를 찾았는데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더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은 불난 집(火宅)과 같다고 하셨단다. 이 세상이 온통 고통으로 넘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지. 이 말씀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은 어떤 것은 얻을 수 있는가 하면 다른 어떤 것은 얻지 못하지. 하지만 얻는 것과 얻지 못하는 것은 똑같은 것이다. 그들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 고통을 당할 것이요, 얻는다 해도 언젠가는 사라지므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 말이다.

예컨대 네가 지난밤에 꿈을 꾸었는데 어찌나 신경이 쓰이는지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하자. 꿈을 꿀 때만 하더라도 그 꿈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 채 그저 꿈을 꾸었을 뿐이다. 하지만 꿈에서 깨고 나서는 그 꿈이 길몽이었다면 하루종일 기억하고 싶을 것이요, 좋지 못한 꿈이었다면 빨리 잊어 버리고 싶겠지. 하지만 꿈은 한낱 꿈일 뿐, 그 꿈을 기억하고 싶든 말든 간에 어떤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내비쳤기 때문에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나 일상적인 생각이나 모두 꿈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말을 이해한다면 그러한 꿈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요, 굳이 떼어내려 애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떨쳐 버려야 한다.


고통에 관해 예를 하나 더 들어보마.
사탕으로 꽉 찬, 목이 작은 항아리가 있다고 하자. 네가 그 속에 손을 넣어 한 줌의 사탕을 집는다 해도 손을 꺼낼 수는 없단다. "아, 손을 뺄 수 없어!" 라며 큰 고통을 느끼겠지.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사탕을 꺼내고자 한다면 사탕을 집은 손도 뺄 수 있을 것이며, 고통도 사라지게 되지. 지금 그 항아리에서 손을 뺄 수 없다고? 왜 그렇지? 그런 고통을 만든 이는 누구인가? 욕심과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면 손을 쉽게 그 곳에서 빠져 나올 것이다. 문제될 게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베개를 치워내고 "모든 감정을 떨쳐 버려라" 하고 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는다고? 네 말이 맞다. 그러한 충고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감정이 바뀔 뿐이지. 그렇게 충고한다 해도 번민하고 있는 이가 업보와 고통의 원인과 영향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관세음보살을 더 많이 외워야 한다"고했지? 옳은 말이다. 관세음보살을 외우면 악업이 사라진다. 그리고 악업을 모두 떨쳐 버린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충만한 세상을 꿈꾼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보살심을 항상 간직한다면 어디를 가도 행복할 것이다."
보살행(菩薩行)이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뜻한다. 누군가 고통받고 있다면 너 또한 고통받게 되는 상태가 보살심이다. 그러니 어떻게 네가 그들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너를 자주 찾아올 때 그들과 한마음이 되어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보살행이요,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항상 관세음보살에 의지하고, 스스로 관세음보살이 되어 생사의 대업(大業)을 깨달아 모든 중생을 번뇌로부터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