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에게,

편지 주어서 고맙다. 너와 버클리 선원의 도반들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지난번 수련회가 도움이 되었다니 나도 기쁘다.
네가 마음이 무념에 싸여 있을 때 관세음보살을 왼다고 했는데 그러한 수행은 좋다.나쁘다 말할 수 없구나. 다만 "너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싶다. 이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다. 네가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을 한다 해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너의 중심은 얼마나 강인한가? 네가 무언가를 할 때는 그저 그것을 해라. 네가 최선을 다해서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중심을 찾게 된다. 그 중심은 바로 청정한 마음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만일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네 생각과 상황이나 여건에 연연한다면 중심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종종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 가지 마음에 관해 이야기했었지. 그 세 가지 마음이란 미망한 마음(망상심), 한마음, 청정한 마음이다. 한 남자와 여자가 성교를 할 때 그들은 정신을 잃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 바로 그 때 강도가 침입하여 총을 들이대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고 치자. 그 남녀의 행복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그들은 겁에 질려서 이렇게 외치겠지. 제발 살려 달라고 말이야. 이것은 소심한 짓이다. 우리의 마음이란 이렇게 상황이 바뀌는 대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망상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주문을 외우고 있다. 그의 마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마음에는 이미 안과 밖이 따로 있지 않다. 오직 진정한 공(空)이 있을 뿐이다. 그 때 강도가 나타나서 협박하지만 이 수행자는 겁내지 않는다. 계속"옴 마니 반메훔, 옴 마니 반메훔" 하고 주문을 외울 뿐이다. 당황한 강도는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소리친다. 수행자는 그 소리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이미 삶과 죽음을 초월했기 때문에 겁낼 이유가 없다. 이러한 마음이 바로 "한마음"이다.


다음으로 청정한 마음은 무엇인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청정심을 간직한 사람이 길을 걷고 있다고 하자. 그 때 강도가 나타나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그 사람은 강도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얼마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강도는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이 강도는 결연했으며 절대로 마음을 굽힐 것 같지 않다. 그러자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진 돈을 모두 내주었다. 그는 겁나지는 않았지만 슬펐다. 그는 생각에 잠긴다. "그대는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지금은 그대가 이겼다는 기쁨에 들떠 있겠지만 언젠가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강도는 그의 얼굴은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상대가 자신을 겁내지 않을뿐더러 강한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강도는 어리둥절하겠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강도에게 큰 가르침을 준 것이며, 언젠가는 그 강도도 그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청정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인한 중심을 구해야 한다.

동양에는 보리달마 대사가 열반하신 뒤 그를 닮은 "오뚝이'란 인형이 생겼다. 이 인형은 동그랗게 생겼는데, 아래쪽이 무겁게 되어 있어서 옆으로 밀치면 흔들흔들 움직인다. 하지만 그 인형은 완전히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서서 스스로 제자리를 찾는다. 왜냐하면 그 인형은 자신의 중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마음 속에 관세음보살을 굳게 간직하고 있다면 누군가 말을 걸었을 때는 같이 말을 하겠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그가 떠나는 즉시, 너는 다시 관세음보살을 생각할 수 있다. 만일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도 정신을 딴 데 쓰게 된다면 그대는 결코 관세음보살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잡념에 얽매이지 말라. 모든 잡념을 떨친 그 상태가 바로 청정심이요, 관세음보살이며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인 동시에 너의 중심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걱정하지 말고 정진하여라. 관세음보살.

버클리의 무문 선원으로 거처를 옮긴다니 기쁜 소식이구나.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 선원에 머물며 수련하는 것은 너의 중심을 강인하게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네가 정진하여 관세음보살을 깨우치고 불법의 중심을 찾으며, 깨달음을 얻어 모든 중생을 번뇌로부터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