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법우(法友)에게,

편지 주어서 고맙다. 너와 부처님의 말씀을 먹는다는 테라도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너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우 가까이 있는 것 같다.
1975년에 에리카 선원에서 설법하던 자리에 왔었다니 반갑다.
네가 좋은 인연을 지어 우리가 이토록 가까워졌구나.

[부처님께 재를 털면]을 읽었다니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내 아기 테라가 부처님의 말씀을 먹지 않도록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지? 너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테라가 부처님의 말씀을 먹을 수 있다니 네 딸이 한 수 위에 있구나. 테라는 부처님보다 더 강인하기 때문에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테라는 이미 더 이상 배울게 없다는 말이지. 부처님의 말씀을 먹는다는 것은 즉 부처님이 안 계신다는 듯 아닐까? 오래 전 어떤 제자가 마조 선사에게 "무엇이 부처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선사가 답하기를, "마음이 곧 부처요, 부처가 곧 마음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른 제자가 선사께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이번에는 "마음이 없다면 부처도 없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진정한 부처님은 무엇일까? 만일 네가 부처를 먹어치운다면 부처는 이름, 형태도 어떤 설법이나 말씀도 하실 수 없는 것이다., 부처란 이름과 그 형상 모두가 사라지겠지. 따라서 네 딸애게 배워서 이전에 들었고 지금 듣고 있으며, 앞으로 듣게 될 부처님의 말씀을 먹어치우렴. 어떻게 딸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딸에게 오히려 네가 배워야 하니까 말이야!

[부처님께 재를 털면]에 실린 모든 글은 모두 좋지 않는 것들이니 테라는 너에게 그 책을 읽지 말라고 가르침을 준 셈이다. 그 책을 먹어치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길이다! 테라는 이미 내 가르침을 이해한 것이다. 내가 가르친 것이라고는 모든 것을 떨쳐 버리라는 말뿐이잖니.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아마도 네가 너무나 글귀에 연연한 나머지 테라가 그 책을 먹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테라의 답은 매우 옳은 것이다.

"대중을 위한 깨달음"이라고 적힌 차량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었다. 깨달음에는 팔만 사천가지의 종류가 있으니 그 "대중을 위한 깨달음"을 더하면 팔만 사천 일가지가 되겠구나. 아마 너는 그 깨달음을 좋아할 것 같구나.

보내준 시는 훌륭했다. 네가 쓰기를"이보다 푸른 하늘 있는가"라고 했는데 그건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하늘이 없다면 땅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아마 네가 지금보다 더 푸르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푸를 수 있는가? 이게 바로 핵심이야!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계속 정진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불법(佛法)을 모두 먹어치우길 바란다. 그리하여 깨달음을 얻고 번뇌에 빠진 중생을 제도하길 바란다.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