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에게,

편지 고맙게 받아 보았다. 네 가족들 모두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휴가차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갔었다고? 잘 했구나.
바닷가에서 좌선하던 사람이 얼음장 같은 바닷물에 들어가 20여분 동안이나 그 속에 있었다고?
그의 그러한 능력이 텅 빈 마음인지, 참선 수행자가 그런 능력을 얻길 바라야 하는지를 물었는데, 만일 네 마음 속에 "나"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영웅심"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에는 탄트라 수련이라는 고행이 있단다. 탄트라 수행자들은 수없이 주문을 외며 한마음에 이른다. 그런 경지에 이르면 얼음장을 깨고 그 물 속에 들어가 수십 분 동안 견딜 수도 있고 불 속에서도 오랫동안 견딜 수 있게 된다. 뿐만 이라 아주 뜨겁거나 펄펄 끓는 기름탕 속에서도 견딜 수 있고, 송곳판 위에 앉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고행은 모두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탄트라 수행자들은 이런 과정을 모두 마친 뒤 그 다음 단계의 탄트라 수행에 입문할 수 잇다. 그리고 그 단계마저 마치게 되면 마력을 갖게 되지. 이것이 바로 탄트라 수행이다. 하지만 이것은 참선 수행이 아니다. 알겠니?


선이란 청정심이며, 항상 그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다. 청정심을 가졌다 함은 평상심이 바로 진실임을 뜻한다. 차가운 물은 차가우며, 뜨고 운 물은 뜨거우니 그것이 뭐 그리 특별하단 말이냐? 어떤 사람이 어려운 수행을 원한다면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요,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네가 무언가를 만들기를 원하고 그것에 연연한다면 그것이 너를 속박함으로서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아마도 그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할지라도 완전한 자유는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완벽한 완성이란 무엇인가? "나"라는 집착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다. 결코 특별한 게 아니다.

다음으로 참선 수행을 무르익게 할 길을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낙담할 것은 없다. 네가 그 길을 찾는다면 나는 30방을 내리칠 것이다. 만약 참선 수행의 길을 찾는다면 너는 이미 그 길을 잃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 길을 찾으려 애쓰지 말아라. 그러면 이미 그 길을 알게 된다.
조지와 용맹정진에 참석했었다고? 잘 했구나. 조지는 훌륭한 스승이다. 모두들 그를 좋아하니 말이다. 또한 7월에 용매정진에 참석할 계획이라니 아주 반가운 소식이구나. 네가 이렇게 썼었지?


나는 아직도 좌선중이다. 왜?
아뿔사!
숲 바닥에 햇빛이 내리쬐니, 솔밭 위에 금빛 줄이 새겨지누나.

나쁘지는 않구나. 하지만 온통 글이 "마치 이와 같다"는 식이구나. 네가 "나는 아직 좌선중이다"라고 했으니 "나"가 이미 그 문자의 주어요, 목적어가 아닌가? 만일 "부처님", "마음", 아니면 "불법"이라고 했더라면 그 답이 훌륭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이와 같다"고했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초점을 가진 질문이니 하나의 초점으로 답해야겠지. "나는 아직 좌선중이다"에서 "마치 이와 같다"는 초첨이 무엇이냐?
네가 보내준 시는 정말 훌륭하였다. 이번에 내가 시를 한 수 적어 보낸다.

원래 무(무)인 것을. 그러나 파도는 항상 서로 이야기하는구나.
원래 공(굥)인 것을. 그러나 바람과 나무는 항상 겨루는구나.
햇빛에는 색이 없거늘. 그러나 만물은 저들이 좋아하는 색을 만드는 구나.
너무나, 너무나 적막한데.
누군가는 눈을 가지고 있어 혼란하구나.
그에게는 눈이 없었던들 광활한 공간과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과 구름 한 점 없는 청정한 하늘이 끝없이 펼쳐졌을 것을.
해는 서쪽으로 지는 법.
조가비의 그림자는 길어지고, 더욱 길어지는 구나.


숭산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