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사님께,

삼보(三寶) 선원에서 인사 올립니다.
저는 강의차 이 곳에 왔는데, 스님께서 쓰신 [부처님께 재를 털면]을 최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선에 관한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해 온 25년간 읽었던 책들 중 어느 책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일곱 번, 여덟 번 읽어도 수년 전에 처음 그리고 두번째로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이번 가을에 제가 주관하는 신비주의와 선의 가르침에 관한 지명도 높은 학회가 열릴 예정인데 그 학회에서도 이 책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저는 이 책을 그 대학에 있는 저의 제자들에게 추천했을 뿐 아니라, 서양에 소개되어 있는 저의 제자들에게 추천했을 뿐 아니라, 서양에 소개되어 있는 책들 중 선의 가르침에 관해 쓴 "최고의 책 3권" 이 무엇이냐고 제게 묻고 했던 동료들과 친구들에게도 추천했습니다.
그 "최고의 책 3권" 중에는 [선불교 입문](스즈끼)과 [선과 욕망의 새](토마스 머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년 전에 스님의 법문을 시애틀에서 들은 바 있었는데 그 설법을 듣는 동안 책 속에서의 가르침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생생한 말씀을 들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거칠고 황량한 서부의 일상 속에서, 서부에서도 가장 중앙에 있는 이 곳에서 스님처럼 훌륭한 스승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미 수년 전에 느꼈습니다.

스님의 가르침 속에 스며 있는 힘과 비상한 명확함에 일말의 의심도 가질 수 없었기에 스님께 편지를 써서 질문을 드릴까 하고 수년간 고심했습니다.
제가 드릴 질문들은 스님의 그 놀라울 정도로 예리했던 선의 가르침에 대해서 끊임없이 겪었던 갈등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스님께서 저에게 그러한 갈등을 주려 하신 것이 아님은 알고 있지만 스님께서는 저에게 매우 강렬한 충격과 함께 저는 단순히 죽게 되어 있는 가련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던져주셨습니다.
저는 그러한 스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전율해야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감히 편지를 쓸 용기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제가 너무 길게 여쭈어 보면 "말이 너무 많구나!" 하고 호통을 치실테니 스님의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되도록 짧게 여쭙겠습니다.

1. "오직 모를 뿐" 이란 마음은 스님께서 최초로 가르치신 것입니까?
스님께서 그 정신의 개념을 주창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스님의 스승이신 고봉 스님께 물려받은 가르침입니까?

2. 혹자들은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가 볼 수 있는 자아에의 몰입은 그에 반대하는 어떠한 주장이 있든 간에 거의 명상하는 자의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최고조의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3. 스님은 선을 가르치기 위해 전세계를 두루 다니시니 매우 분주하십니다. 그러한 스님의 행적은 선의 견지에서 보면 모순이 아닙니까? 안 그래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정지되어 있으며, 고요한 상태를 얻고자 하는 것이 선의 근본 가르침인데 말입니다.

4. 스님께서는 대처(帶妻)가 금지돼 있는 조계종의 비구 스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이 속한 한국불교와 일본불교는 서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5. 스님께서는 선을 통해서 "완전한 자유"와 "모든 것으로부터의 독립"을 가르치시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밖에서 볼 때 승가를 하나의 조직으로 제한하고, 구속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규칙은 왜 필요한 것입니까?

이러한 저의 의문들에 관해서 스님과 대화를 갖게 되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저의 이러한 의문들은 이 곳 서양에서 정립되고 있는 새로운 전통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스님께서 이런 질문에 답을 하시든, 하지 않으시든 저는 더할 나위 없는 감사를 드릴 것입니다.
답장은 제가 편지 겉봉에 적은 "철학-종교학과"로 보내주십시오.
그 곳에서 스님의 편지를 제게 전해줄 것입니다.

저희와 같은 초심자들을 위해 법륜(法輪)을 널리 펴시는 스님의 노고에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살아갈 앞날에도 스님께서는 그러한 노력을 계속하실 것이기에 미리 두서없게나마 감사를 드립니다.

스티븐 윈스롭 올림